억수장마 질려나?

김진원 | 기사입력 2014/07/11 [09:59]

억수장마 질려나?

김진원 | 입력 : 2014/07/11 [09:59]
▲ 김진원 대원고 교사     ©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지만 올핸 거북이 장마라고 해서 필요로 하는 비는 내리지 않고 변죽만 올리는 장마가 지고 있습니다. 불안한 기층이 형성된 상태에서 대기권 상공에서의 영하권 기온으로 형성된 저기압과 남쪽으로부터의 고기압으로 인해 그 사이에서 불규칙한 기단이 형성되어 돌풍과 벼락과 우박을 동반하는 날씨가 불규칙적으로 남북을 오가며 국지적으로 발생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여름에는 무덥고 습한 가운데 더워야 여름답다고 얘기를 합니다. 숨 쉴 수 없을 만큼 턱턱 막히는 무더위 가운데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그립고 한 줄금 소나기가 그리워지며, 풍성한 먹거리인 과일과 채소를 흔하게 먹을 수 있고 접할 수 있어서 여름을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덥고 지루한 날씨가 요 며칠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바다와 산이 시원한 폭포가 흐르는 계곡이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것도 다 여름이기 때문에 흔히 여름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다운 대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즈음 이렇게 무덥고 후텁지근한 날씨로 인해 모든 것이 무기력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어쩌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애꿎은 일로 엉뚱한 사람에게 불똥이 튀게 마련입니다.

비라도 풍족하게 내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지역은 다른 곳과 달라 그리 만족할 만큼의 비가 내리지 않아 타는 목마름으로 애타게 비를 갈구하고 있습니다.

나른한 오후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시원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수업이 없는 빈 시간, 한가로이 여유를 가져봅니다. 아이들이 체육 수업을 하는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립니다. 어렴풋 착각인지는 몰라도 매미의 첫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해마다 이렇게 장마철 때만 되면 물난리다 산사태다 해일이니 집중호우니 이런 말이 뒤따라 다니곤 합니다. 그에 따른 피해는 얼마나 컸었는지요. 어릴 적에 우리 산을 바라보노라면 거의 민둥산이었습니다. 해방 후 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거의 땔감으로 마구 베어 나무가 자랄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환경 속에서 때마침 비라도 내리면 금방 흙탕물로 가득 긴 하천을 따라 흘러가고, 그 가운데로 가축이며 목재들이며 농사지어 수확을 앞둔 농작물들이 둥둥 떠내려가곤 했습니다. 그걸 바라보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멍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곤 했지요. 요즈음엔 잘 발달된 예보 체제로 인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게끔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장마피해를 두고 혹자는 인재냐 자연재해냐를 가지고 따지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아서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하여 더 이상의 피해가 없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루한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환경 요인이 바뀌니까 요즘의 날씨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변덕을 부립니다. 올 장마는 서두에서 밝혔습니다만 거북이 장마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하얀 구름 사이로 새콤한 맛을 더하며 청포도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칠월만 되면 이육사님의 청포도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정겨운 고향의 여름 정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가운데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이 그리워집니다. 두런두런 이웃 간의 정다운 이야기와 고향 떠난 이웃들의 근황이야기며 얼마나 많은 화젯거리로 시간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이었으니까요.

문득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기도 합니다. 소나기와, 형형색색의 일곱 색깔 무지개와, 파란 하늘 위로 뭉실뭉실 피어오른 뭉게구름과, 푸릇푸릇 청록색으로 변해 성숙한 여름을 보여주는 푸른 숲과,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여름의 울타리로 이끌어 가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한 이 장마 그치면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겠지요?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 더위를 식히고 내일의 삶을 재충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를 기다려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의 연속입니다. 며칠 동안 깜짝 쇼로 소나기가 한 줄금 내려 불타는 대지를 식혀 주었습니다.

지금은 퇴근 무렵 지는 석양으로 더위의 잔재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장마! 언젠가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한바탕 요란을 떨고 소리 없이 지나가겠지요? 그러다 여름 지나고 가을이 오겠지요? 조용히, 흐르는 세월과 함께 ....

계사년 올 한해도 반이 지나 후반기로 넘어서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위로 남산(원래는 금봉산) 봉우리위로 뭉게구름이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햇볕이 따갑게 머리 위를 비추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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