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비 정신이 필요한가

이규홍 대표이사 | 기사입력 2014/08/22 [11:09]

왜 선비 정신이 필요한가

이규홍 대표이사 | 입력 : 2014/08/22 [11:09]
▲ 이규홍 대표이사     ©
선비! 우리들 기억 속에 선비라 함은 고루하고 고집불통이며 가족들의 삶마저도 책임지지 않아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큰소리만 치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과연 선비들이 그러한 존재일까. 아니다. 선비는 학문에 뜻을 두어 지행합일(知行合一)을 큰 덕목으로 삼았다. 배우고 익힌 바를 실행으로 옳기며 知보다는 德을 중시하고 사람의 도리를 익혀 자신의 생활의 지표로 삼아 올곧게 행동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인간의 도를 남에게 가르치며 스스로 배운 바를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무지목매한 백성들을 가르치고 익히게 해야 선비라 할 수 있었다.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 남에게 모범을 보이고 권력에 아부하지 않으며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는 청빈하고 깨끗한 사람을 일컬어 선비라 했다. 또한 인격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대의를 위하여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불굴의 정신이 선비 정신이다.
 
한 가지 사상에 매몰되어 고집만 부리고 앞뒤 꽉 막힌 고집불통의 벽창호가 아닌 평소 온화한 덕으로서 남을 가르치며 상대의 심중을 헤아려 배려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선비다. 굳이 도학의 이념을 따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의 지도계층으로서 바른 길을 선도하고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도덕, 윤리 그리고 예의를 가르치며 스스로 모범을 보이려 노력했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양식도 매우 엄격한 규범에 의하여 표준적 정형화가 이루어져 있었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기 위한 지혜를 발휘하고 의리와 지조 그리고 절개를 지키는 것을 선비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한 것을 실천하면서 선비는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고 제시하는 주체로서 자신이 현 사회의 올바른 삶을 위해 기꺼이 해야 할 일을 찾아가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다 하였던 것이다. 학문을 통해 얻어진 道를 몸소 실천하며 모범적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의 귀감이 되고 검소한 생활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를 절제하고 타인의 모범이 되고자 노력했던 선비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 현실을 진단해 볼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작금의 현실에서 왜 도덕, 윤리가 필요하고 선비 정신이 되 살아나야 된다고 하는 지성인들이 늘고 있는가. 우리는 이 점을 깊이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이익(利)이 모든 것에 우선 되는 사회, 부와 명예를 가져야 큰 소리 칠 수 있다는 의식,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고 어른이 존경받지 못하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막 대하는 사회생활 속에서 이익(利)이 결부되면 위, 아래, 어른, 아이가 없다. 인간사회의 질서가 무너진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다툼으로 인해 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고 심지어 부모를 살해하는 자식, 자식을 살해하는 부모, 스승을 때리는 학생, 학생에게 몹쓸 짓을 하는 스승, 점점 더 높아지는 이혼율, 탄생의 의미를 담고 성스러워야 할 남녀의 성문제가 한 때 즐기면 그만이라는 유희로 변해버린 세상이다. 천륜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인류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을 사는 것인가를 꾸준히 연구하고 실행해왔다. 그러나 그 바램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심으로 인해 잘 사는 세상에 대한 추구는 한 순간에 무너지고 타락과 무질서의 세상을 만드는 역사적 반복을 이어온 것이다. 정신세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었던 동양사회에서는 물질의 발전을 이루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 도리(道理)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집중되어 정신문화에 많은 진전을 가져오게 된다. 특히 유학에 있어서 주자학 한 분야에 집중한 우리나라는 유학의 도(道)와 정신문화에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독자적 학문 및 실천체계를 구축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정신문화의 진전은 사람 사는 사회의 삶의 질 향상과 질서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또한 정신문화의 구축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나라를 지키는 호국정신으로도 그 역할을 다하였다. 고구려의 조의선인, 신라의 화랑도, 백제의 사울아비, 고려의 선랑, 나아가 조선의 선비 정신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강인한 정신세계는 유난히 이민족의 침입이 잦았던 작고 보잘 것 없는 나라를 지키는데 큰 원동력이 된 것이다.
 
선비정신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거쳐 구한말 일제의 조선 침략에 맞서 의병을 일으키고 구국운동을 펼쳐나갔던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신적 지주가 된다. 임진왜란 때 조헌, 김천일, 고경명, 곽재우, 정문부 등 수많은 의병장들의 활약으로 왜적을 물리치는 기틀을 삼았고, 병자호란 때 적지에서도 조선의 기개를 잃지 않았던 청음 김상헌 선생과 윤집 오달제 홍익한 등 삼학사 그리고 우암 송시열 선생의 뒤를 이은 구한말 화서 이항로 선생의 문인으로 면암 최익현, 의암 유인석, 이강년 선생 등 많은 의병장들이 구국의 일념과 선비의 강인한 정신으로 일제에 맞서 조선의 혼을 잃지 않는 굳건한 기상을 보여준 것이다.
 
국가가 평온하고 안정될 때에는 인간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리 및 의리, 신의 등을 가르치며 질서 있고 체계 있는 좋은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초개같이 생각하고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진정한 선비 정신이 물질만능 시대에 매몰된 사람사이 정신세계를 되살릴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선 중기 들면서 정암 조광조나 김식 같은 선비는 주자대전을 통해 우리나라에 알려진 북송의 여씨 일가에서 문중은 물론 향리 전체를 교화, 선도하기 위해 마련한 여씨향약을 사람들이 서로 정을 나누고 우의를 돈독히 하며 어려운 일을 도우며 함께 풀어나가는 우리들만의 향약을 만들어가는데 많은 노력을 하였다. 이후 우리나라 유학의 대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이나 율곡 이이 선생이 예안향약과 해주향약을 만들어 보급하였으나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다 조선 후기에 율곡 선생께서 우리 정서에 맞게 만든 해주향약이 가장 널리 보급되었다. 향약은 덕업상권, 즉 덕을 베푸는 것을 서로 권하고, 과실상규라 하여 잘못된 일을 서로 바로잡아주며, 예속상교 즉 예를 갖추는 미풍양속은 서로 교류하여 아름다운 삶을 이어나가고, 환난상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 어려움을 극복하여 함께 행복하게 살자는 뜻으로 백성들이 함께 정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욕심 많은 탐관오리들로 인하여 이 좋은 제도가 잘못 변질되긴 했지만 선비들이 백성을 위해 자신들의 배운 바를 좋은 방향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욕심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인류의 행복한 삶을 저해하는 요인 모두가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범죄, 싸움, 질투, 도를 넘는 경쟁 모두가 욕심에서 나타나는 현상 아닌가. 세상의 모든 일은 과유불급이라 했다. 인류가 적당한 선에서 욕심을 거두고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용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인식을 한다면 인류는 평화로워질 것이다. 선비는 욕심을 절제하면서 덕을 베풀고, 항상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아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 무지목매한 백성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행실에 모범을 보여야 진정한 선비로서 대접을 받았다.
 
또한 선비는 신분이 높고 낮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학문과 덕을 쌓고 배운 학문을 토대로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어야 선비로서 예우를 받은 것이다. 비록 농사일을 하는 사람이나 천인일지라도 학문을 익히고 덕을 갖추어 행동에 그르침이 없다면 선비로서 대접을 받은 것이다. 조선시대 정암 조광조가 일개 백정 출신인 갓바치를 선비로 대접하면서 서로 교류하였던 것은 좋은 예이다. 송나라 때의 사마광은 재치 있는 사람과 덕을 갖춘 사람을 비유하여 총명하고 사물에 밝으며 슬기로운 사람을 재라 했고, 정직하고 한 쪽으로 편벽되지 않은 것을 덕망이라 했다. 그래서 재와 덕망을 함께 갖춘 사람을 성인이라 했고 재와 덕망을 함께 잃은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 했다. 또한 덕망이 재를 앞지르면 군자라 했고, 재가 덕망을 앞선다면 소인이라 한 것이다. 이권에 밝아 도리를 모르고 재치만 뽐내며 덕망을 잃어버린 현 사회에서 깊이 새겨야 할 말인 듯싶다.
 
현세의 교육 또한 인성을 가르치는 인간교육보다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실용교육에 치우치다보니 사람 사는 세상이 옳고 그름이 명확치 않고 다양성 추구는 좋으나 합일을 이루지 못하니 가치관이 흔들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남의 말을 새겨듣고 자기 생각과 합리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자기주장만 내세워 상대를 압도하려는 욕심이 지나친 세상이다. 그러한 욕심이 지나치다보니 부모, 형제, 위 아래, 벗과 이웃 그리고 내가 정을 나눌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경쟁자가 되고 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상을 밝고 아름다우며 질서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려면 우리의 아름답고 깊이 있는 전통문화인 선비 정신이 현 시대에 꼭 필요한 정신으로 부각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물질만능시대에 찌들린 현대인들이 나눔의 정, 배려하는 마음, 예절과 도덕, 윤리로 인간관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신문화인 선비 정신을 보급하여 정에 메말라 있는 척박한 인간사회에 인간관계의 따뜻한 정이 흐르는 인류평화 공존의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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