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일
김남조(1927~)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은 투명한 빨래처럼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이디 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 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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