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일

박상옥 | 기사입력 2014/12/24 [14:05]

설일

박상옥 | 입력 : 2014/12/24 [14:05]
설일

                       김남조(1927~)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은 투명한 빨래처럼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이디 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 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박상옥 <시인>     ©
인간의 고통이 신의 뜻이란 생각을 받아들이긴 누구나 쉽지 않다. 그러나 고통을 통해서만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인간의 삶이고 보면, 고통 없이 주어지는 인간의 행복은 그리 길지가 않다. 해마다 일일이 고백할 수 없는 고통스런 일들이 생기고 해결되지 않은 고통을 끌어안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이들도 있으니. ‘삶은 언제나’ 하늘을 향해 있는 차디찬 ‘은총의 돌계단 어디쯤이다’ 사랑역시도 닳고 닳아 둥글어진 수많은 ‘섭리의 자갈밭 어디쯤이다’ 고독해 하지 말라.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것처럼 너도 혼자가 아니다. 새해는 눈 내리는 날. ‘백설을 담고’ 오는 ‘승천한 눈물들이 땅 위로 떨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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