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 기사입력 2014/12/31 [10:40]

박상옥 | 입력 : 2014/12/31 [10:40]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자. 
  
  
▲ 박상옥 <시인>     ©
눈이 푹푹 날리는 날은 세상의 소리도 잠잠히 눈 속에 숨는다. 기어이 지붕도 길도 밭도 다 지워버리고. 기어이 눈에서 보이는 것들은 다 하얗게 지워버리고. 따뜻한 그리움만으로 난로불이건 화롯불이건 묻어 둔 군고구마를 꺼내 먹으며 동치미를 마시며. 오래 되어 낡은 동화책을 가져다 준 얼굴을 생각하며. 아직도 다 쓰여 지지 않은 옛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인다. 추운겨울 기어이 그리움은 굴뚝을 통하여 하늘로 봉화를 올려보는 것이다. 독립운동가이며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인 윤동주는, 시인의 그 맑은 순수로 나라 잃은 설움이 천배는 더 했으니. 그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더불어 계절마다 겨울이었다. 하여, 추워한다고, 헐벗은 것들을 덮어주느라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고 따습게 따습게 겨울을 읊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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