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에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서 콩나물을 샀다. 대봉교에서 몇 십 년째 할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작은 노점야채가게에서 간단한 야채를 사는데 그 중 콩나물을 가장 많이 구입한다. 가까이에 대형 마트가 있음에도 이곳에서 구입을 하는 것은 마트에서 파는 야채보다 더 실하고 할머니의 인심도 덤으로 받기 때문이다. 콩나물을 자주 사는 이유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라서 항상 어머님이 준비하시기 때문이다. 한 집에서 삼 대가 함께 사니 국이나 찌개를 한 종류만 해도 되겠지만 어머님은 늘 손수 아들의 콩나물국을 준비하신다. 지인들은 나보고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시집온 지 25년째인데 시댁에서 밥을 두 번 밖에 하질 않았으니 여느 주부들이 부러워할 법도 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님의 자식 사랑이 지극해서 아들이 먹을 음식을 항상 준비하시고 며느리인 나를 귀하게 여겨 새댁 시절부터 부엌에 세우시질 않았다.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콩나물국은 특별할 것도 없는데도 맛이 있다. 어머님이 만드는 콩나물국에는 멸치 다시마 같은 국물 맛을 살리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며 콩나물과 파, 마늘 정도만 들어가는 아주 담백한 국이다. 다른 점은 고춧가루를 그냥 쓰지 않고 아주 결이 좋은 베보자기에 싸서 고춧가루가 둥둥 뜨거나 보이지 않게 하되, 볼 화장을 곱게 한 여인의 볼 마냥 말갛고 깨끗한 붉은 색을 내게 한다. 그러나 이 간단한 콩나물국이 생각처럼 요리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요리를 하기 전에 콩나물 머리 부분에 붙어있는 까맣거나 갈색의 콩 껍질을 빼내는 작업이 생각처럼 만만하지가 않으며 일일이 손으로 손질해야 한다. 물로 씻어낼 수도 없고 칼로 잘라 버릴 수도 없는 부분이라 그야말로 손가락으로 뒤적거리며 하나하나 껍질을 떼어내야 하는데, 뭔가 성취감도 없고 창의적이지도 않지만 터무니없는 집중력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매일 싫증내지 않고 콩나물 요리를 해 주시는 어머님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콩나물은 은근히 민감한 재료라서 너무 삶으면 흐믈흐믈거려 씹는 식감이 줄어들고 덜 삶으면 콩나물 특유의 비린내가 나서 이미 냄새에 젓가락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콩나물로 만든 음식은 가족들의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엄마들의 대단한 노하우가 없이는 만들어 질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음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끔 어머님과 시간이 맞아 콩나물을 다듬으며 껍질을 가려내면서 그 작업이 얼마나 짜증스럽던지 중간에 어머님 몰래 쓰레기통에 버릴까 하는 충동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참고 또 참으며 준비한다. 이미 팔순이신 어머님께 집안 음식을 모두 맡긴 불효하는 며느리인 나는 늘 죄스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공존한다. 평소에 낯간지러워 하지 못하는 말을 이 자리를 빌어 드리고 싶다. 어머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씀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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