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처럼 따스한 사랑

남상희 | 기사입력 2015/03/09 [09:50]

봄날처럼 따스한 사랑

남상희 | 입력 : 2015/03/09 [09:50]
▲ 남상희 시인     ©운영자
바람이 전처럼 차갑지가 않다. 옷깃을 스쳐가는 부드러운 바람결이 내게 말한다. 칼바람이 아닌 봄바람이라고……. 꽃샘추위가 한바탕 놀다간 자리마다 스멀스멀 땅속 깊숙하게 아우성을 친다. 긴 겨울잠을 자던 벌레,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24절기에 세 번째 맞이하는 경칩이다.

설국의 계절 겨울친구가 이별을 노래하고, 생기가 넘치고 온 세상이 꿈으로 넘쳐나는 새싹의 세상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먼 산봉우리에 보였던 잔설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봄 꽃 중에 제일 먼저 인사를 하는 복수초가 노랗게 눈인사도 건넨다. 눈 속을 헤집고 가련히 피어나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지난해 이맘쯤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어김없이 찾아왔다. 기다리던 봄소식을 안고서 말이다. 얼마 전 장날에 나가보니 언 땅을 헤집고 나온 봄나물 중 냉이가 눈에 들어왔다. 봄날 입맛 살리는 감초 중에 감초다.

어릴 적 어머니는 이맘쯤이면 밥상에 된장을 풀어서 한참을 끓이시다 냉이에 콩가루를 입혀서 된장국에 넣어 끓여주신 냉잇국 그 맛이 최고다. 강산이 몇 번을 바뀌었는데도 그 맛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머니의 손맛이란 참 대단하다. 훗날 내 우리아이들도 내가 어렴풋이 엄마의 손맛을 따라 흉내 낸 그 맛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텃밭에 나갔던 남편이 냉이를 한 바구니를 캐왔다. 냉잇국이 먹고 싶단다. 손맛이 좋지는 않아도 흉내는 잘 낸다. 남편덕분에 밥상에 봄을 올려놓으니 제법이다. 장날 나가보면 봄을 파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재배를 해서 그런지 그 고유의 맛이 덜하긴 해도 봄을 노래하는 갖가지의 나물은 이맘때 아니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인연이란 소중하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인연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살아오면서 오래전에 만났던 인연들을 매일 매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어떤 계기에 만나게 되면 참 반갑고 또 아쉽기만 하다. 만남은 이별을 의미하고 이별은 또 새로운 만남을 이야기하듯 잠시 스쳐 가는 인연일 지라도 소중한 것은 변함이 없다. 언제 어느 때 만날지 모르지만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이치를 깨닫기란 쉽지 않다.

언제 내가 너를 다시 만날까 싶어 함부로 대했다가는 인생의 쓴맛을 알 게하고 후회로 번민하기도 한다. 살아오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웃을 대하기란 쉽지 않다. 내 자식을 흔히 이렇게 말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제 주장만 내 세우고 제멋대로라면 부모 자식 간에도 원수로 살아가기가 쉽다. 남들에겐 잘하면서 가정에 돌아와서 가족들을 함부로 대한다면 그런 가족이야 말로 깨지기가 쉽다. 소중한 만남으로 시작했던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 만만찮다. 매일을 감사하며, 혹여 나로 인해 누군가가 힘들어 하진 않았으면 싶다. 가족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늘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다짐한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일에 그 어떤 풍파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힘은 대단하다. 사랑이란 그 힘으로 우린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사형통. 그어떤 어려움도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듯 사랑의 힘이 우리에게 내제되어 있는 한 이 세상은 봄날처럼 따스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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