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만화 올훼스의 창

신옥주 | 기사입력 2015/06/02 [09:22]

추억의 만화 올훼스의 창

신옥주 | 입력 : 2015/06/02 [09:22]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
글을 읽을 때부터 집에 있던 몇 권의 책으로 지식의 목마름을 달랠 수 없던 나는 만화방을 즐겨 다녔다. 내가 살던 마을은 면단위라 작은 서점 한 켠에 만화방을 겸했고, 워낙 자주 찾아갔기에 주인아줌마와 친해져서 몇 권씩 공짜로 보게 해주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이미 만화방을 드나든지 오래된 터라 소설책도 빌려주기도 했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던 막내오빠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책들을 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사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케다 리요코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베르사이유의 장미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나는 그녀의 작품 중 ‘올훼스의 창’에 대해 들려주고 싶다.

제목은 그리스로마 신화 가운데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오르페우스의 이름을 딴 것이며, 우리나라에 오르페우스의 창과 올훼스의 창 두 버전으로 나와 있으며, 주인공들 이름도 영어 발음 차이인지 번역가의 의도인지 미묘하게 바뀌긴 했지만 둘 다 기본 그림체나 내용은 동일하다. 공간적 배경은 독일의 레겐스부르크에 있는 음악학교와 러시아이다. 프랑스 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처럼 러시아 혁명을 주된 시대적 사건으로 삼고 있으며, 주인공이 남장여자라는 설정도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유사하다.

이 책을 소개하자면 줄거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어 간략하게 소개한다. 1부는 주인공의 학창 시절. 음악 학교가 배경이라 음악에 관한 얘기들과 주인공이 남장을 해야 하는 이유를 살짝 살인사건과 곁들여 전개하는데, 독일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스파이들, 러시아 황제의 비밀 재산과 사라예보 사건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2부는 남주인공인 이자크의 이야기. 모두들 졸업을 하게 되는 시기에 가난한 고학생인 이자크는 천재적인 피아노실력으로 독일을 떠나 음악의 성지 빈으로 가면서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면서 겪는 사랑과 이별과 고뇌와 노력 등등 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3부는 여주인공인 유리우스의 이야기. 사랑하는 클라우스 선배를 찾아 러시아로 간 유리우스는 클라우스가 사실은 알렉세이이며, 러시아의 후작가를 이어야 하지만 독일에 있을 때부터 반정부 활동을 하고 있고 러시아에서 본격적으로 혁명에 가담했음을 알게 된다. 4부는 클라우스가 죽은 뒤 유리우스가 독일로 돌아오고, 이자크도 독일로 돌아가 올훼스의 창 앞에서 재회한 뒤 결국 유리우스까지 죽음에 이르러서야 모든 사건이 종결된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세계사에 탐닉했다. 지금까지도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한 책이며 러시아의 볼세비키 혁명이나 러시아에 공산 정권이 들어서는 과정, 사라예보 사건이 주는 영향을 찾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만화라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스케줄과 탄탄한 구성이 여주인공이 사랑에만 의존하는 구세대적 인물이며,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지도 않고 사건 해결도 못하고 어리버리한 인물로 전락함에도 책에 빠져들게 한다. 내가 소장한 책은 18권으로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개성적이고 특징이 뚜렷하며 격동기의 역사와 사회에서 차지하는 실존 인물의 삶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으며 인물간의 갈등관계나 상호작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현대의 역사는 더 이상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방식과 장르를 통해서 재현되고 있다. 특히 역사의 전반적 흐름,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을 알고자 하는 욕구의 충족은 서적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만화를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과거의 영웅이 겁쟁이로 전락하는가 하면 과거의 폭군이 현명한 왕으로 뒤바뀌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이젠 이런 장르의 만화를 많이 만들어 아이들이 역사에 흥미를 보이게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옛 추억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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