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박상옥 | 기사입력 2016/06/28 [12:22]

가발

박상옥 | 입력 : 2016/06/28 [12:22]
가발

                           김흥수
 
이 험악한 세상에
본심을 보인다는 것이
때론 위험한 일이어서
가끔은 위장을 하고 싶어진다.
 
가면놀이 같은 가발을 쓰고
나타난 내 머리를
멋있다고 한다
다들 좋다고 한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
어쩌면 가발이
더 자연스러울 테지
 
한편 재미있지만
내 순정한 가슴과 머리가
가려진다는 것이
조금은 불안하다.
이 재밌고 불안한 가면놀이
 
*김흥수: 필명 청년. 충주출생. 월간문학세계사 시 부문 등단.
            한국문협. 충주문협회원. 저서 「사랑 엿듣기」「당신의 의자」
 

[박상옥 시인]  자신의 머리가 가발이라는 고백이 이처럼 진솔합니다. 가면놀이 같은 가발 때문에 “자신의 순정한 가슴과 머리가 가려진다”며 자신을 토닥이는 것은 물론, 가발을 써야 하는 다른 이들도 위로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장식이나 햇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가발을 사용하였으며, 고대 로마에서는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남성이 색이나 모양을 위해 여성이 가발을 사용하였으니, 가발은 13세기를 거터 16세기에 일반화되기 시작하여 17세기 초에는 프랑스 궁전에서도 가발이 유행하였음을 당시 음악가들 사진에 곱슬곱슬 긴 머리로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여인들이 가발을 사용하였으니, 적은 머리숱을 많게 보이기 위하여 머리에 덧대어 딴머리로 쪽을 찐 것이 가짜머리의 시초입니다. 진짜처럼 보이려고 양심을 버리고 만들어 낸 수많은 가짜들, 가짜 꿀, 가짜기름, 가짜백신, 가짜석유, 가짜양주, 가짜명품, 가짜목사, 가짜의사, 가짜대학생, 가짜백수오, 가짜금, 가짜돈, 가짜혼주(婚主), 가짜환자, 가짜비아그라, 가짜꽃 등… 허위와 허세와 날조와 조작으로 이어진 ‘험악한 세상에’ 순정한 본심을 지켜가는 이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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