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 8월
박재분 날씨는 푹푹 쪄대지 붉을 대로 붉은 고추는 제 풀에 물러 터져 욱신거리지 일손은 달리지 몸은 땅 속으로 잦아들 것만 같지 마음은 바짝 타들어가지 그 와중에 쇠비름 개망초 온갖 풀들은 우북하게 자라 파랗게 아우성치지 TV에선 머잖아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고 겁주지 *박재분(~1952): 자유문학신인상, 한국문협회원, 음성문협회원, 청주여백회원, 둥그레시 동인 여성문학상수상(2007), 시집 「즐거운 수다」 「아~ 해봐」 [박상옥 시인] 고려 속요에 흔하게 등장하는 ‘아으 동동 다리’에서 따온 ‘북소리 둥둥’의 작은 말이 전원생활로 바쁜 일상에 콕 박혀 ‘동동 8월’을 읊습니다. 깐깐 5월, 미끈 6월, 어정 7월, 건들 8월, 동동 9월 이라고 했습니다만, 이것이 음력에서 유래된 말이니, 양력 8월에도 일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붉을 대로 붉은 고추”도 따야하는데, “쇠비름 개망초 온갖 풀들이 파랗게 아우성”치는데, “푹푹 쪄대는” 폭염에 지쳐 “몸은 땅속으로 잦아” 드는데, “TV에선 태풍이” 올 거라고 겁을 주는데, ‘동동 8월’ 없이 ‘동동 9월’은 오지 않습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 바쁨을 따라서 ‘발등에 오줌 싼다’는 바쁨을 따라서 발걸음 동동거리며 “마음 바짝 타들어” 가는 시인을 찾아가 얼음동동막걸리라도 나누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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