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근대역사박물관은 어디로 가는가?

전홍식 교통대학교 한국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기사입력 2016/08/30 [13:57]

충주근대역사박물관은 어디로 가는가?

전홍식 교통대학교 한국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입력 : 2016/08/30 [13:57]
식민지 초기인 1910년대 들어 식민권력의 보호와 후원아래 충주 일본인사회가 성장하면서 식산은행 충주지점도 더불어 발전하였다. 식민 지배를 위한 자금수요가 증가하면서 1912년 11월 성내동 428번지(현 안경나라 충주지점)에 건물을 신축하고 이전하였다. 이어 은행건물을 신축한지 20여년이 지난 1933년 12월 14일에는 현 부지에 본관 63평, 부속건물 34평의 대 건물을 신축하였다. 충주시가지 중심부에 위치한 식산은행 건물은 식민통치를 위한 관공서, 일본인 상가, 기타 건물 중에서도 그 규모, 위치, 상징성으로 인해 식민지 도시 충주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식민지배와 함께 일제와 일본인들이 충주의 역사와 전통을 말살하고 그 자리에 일본을 심으려고 했듯이 해방이후 우리가 다시 일제의 흔적을 지우고 잊어버리려고 노력함으로써 비록 표면적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식 가옥과 건물들은 사라져 버렸고 적산 건물로는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이 유일하게 남게 되었다. 이따금 이 건물을 두고 근대건물이 어떻고 가치가 어떻고 마구 떠들어 대는 것이 불편해서 건물 앞에 일제의 침략과 그 첨병으로서의 식산은행 그리고 일제강점기 충주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리는 표지판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것은 너무도 순진한 단견이었던 것 같다.
지난해 12월 10일 충주박물관에서 충주 근대역사박물관 설립과 발전 방안이라는 심포지움이 열렸다. 근대역사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것은 단절, 왜곡, 굴절로 점철된 충주의 근대 역사를 기억하고 꿈과 희망이 있는 삶터로 만들어 가는 초석을 놓는 작업이기에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발표자들은 주민 밀착형 박물관, 시민과 함께 하는 박물관, 근대 박물관을 통한 중원 문화의 강화 방안 등 근대역사박물관의 필요성과 문제의식을 분명히 함으로써 평소 궁금했던 박물관에 대한 지식과 영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심포지움 중간에 주최 측에서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근대역사박물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미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식민지 침략과 수탈의 상징인 식산은행의 어두컴컴한 공간에 의병전쟁과 독립운동에 헌신하고 희생하신 선열들을 모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 지, 무엇으로 충주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자는 군산, 대구, 인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제시대 금융기관을 근대기념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 라고 할 수 있으나 이는 경제성, 관광 등 사업성에 치중한 것으로 식민지 근대의 성찰을 통한 지역민의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과 지역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결정은 아니다.
올해 1월 15일에는 시민과 공무원 등 10여명이 충주근대역사박물관의 부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 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 앞에서 모였고 식산은행 건물을 직접 답사 하였다. 최근까지 가구점으로 영업했던 건물은 외관은 물론이고 구석구석이 심하게 부식되고 손상되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지 조차 의문시되었다. 낡고 부식된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보다는 새로이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충주시도 새로운 방안을 찾을 것을 약속하였다.
그후 박물관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였다. 충주의 역사성과 지역성 그리고 실질적인 측면에서 부적합한 건물을 고가로 매입한 담당공무원과 관계자가 책임을 지거나 징계를 받아야 마땅한 데 아직 그런 사실을 들은 적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보다 더 강렬해지기도 하는데 요즘 들어 충주근대역사박물관 사업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부쩍 궁금하였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충주박물관과 문화예술과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망스럽고 놀라운 일이다.
충주박물관은 지난해 12월 특별전시회를 열면서 잊혀진 근대 인물로 정경원, 류자명, 유석현, 권태하, 정상희를 제시하였다. 여러 지면에서 소개한 바와같이 정상희는 노은면 출신으로 조선총독부에 근무하고 경성부회 의원으로 활동한 친일행적이 뚜렷한 인물이다. 권태하 또한 칠금리 출신으로 1930년대 초반부터 출처불명의 자금으로 계림회를 조직하고 해방이 될 때 까지 남만주철도주식회사에서 근무한 친일인물이다. 독립운동가이신 류자명선생님과 유석현선생님을 친일인물인 정상희, 권태하와 같이 모시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사인식과 역사의식이 의문시되는 충주박물관이 근대박물관을 준비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산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재검토를 통해 바른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충주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인 근대역사박물관 설립이 이처럼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것은 충주시의 투명하지 못한 절차와 밀실행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충주시는 이제부터라도 사업전체를 공개하고 시민참여를 통해 지역사회에 친밀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박물관이 설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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