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의 유기

김유원 변호사 | 기사입력 2017/02/27 [21:02]

악의의 유기

김유원 변호사 | 입력 : 2017/02/27 [21:02]
▲ 변호사 김유원     ©
우리 민법은 재판상 이혼 사유로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악의의 유기란 무슨 의미일까요?
 
갑녀는 을남과 결혼을 하였지만, 자녀를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을남은 A녀를 만나서 동거를 시작하였고 A녀와 사이에 자녀까지 두게 되었습니다. 갑녀는 을남과 사이에 아이를 갖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운명으로 돌리고 둘 사이의 동거생활을 계속 묵인해 왔고, 두 사람이 동거한지 20년 이 지나 을남과 A녀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악의의 유기의 의미, 축첩행위를 알고서도 오랜 세월 동안 상대방 배우자 등에 축첩행위의 단절을 요구하지 않은 경우 이혼 및 위자료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던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라 함은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를 뜻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을남은 A녀와 동거하기 위하여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갑녀와 함께 살지 않고 남남처럼 살아 왔기에 부부간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에 해당하기에 갑녀의 을남에 대한 이혼 및 위자료 청구는 인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을남의 첩인 A녀에게 위자료를 물릴 수 있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원심판결에는 갑녀가 을남이 축첩생활을 하는 것을 20년간 용인하면서 살아왔기에 갑녀와 을남의 혼인관계는 축첩행위로 파탄되었다기보다는 동거의무 불이행 등 을남의 유기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으므로, 첩인 A녀에 대해서는 위자료 청구를 구할 수 없다고 하여, 상간녀에 대한 위자료는 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이 일부일처제를 규정하고 있고, 축첩행위 자체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인 점을 고려할 때, A녀의 첩으로 생활한 것은 갑녀에 대해서 불법행위가 됨이 자명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소위 첩계약은 본처의 동의 유무를 불문하고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사항으로 법률적으로 무효이자 위법한 행위이고, 따라서 부첩관계에 있는 부 및 첩은 본처가 입은 정신상의 고통에 대해서 배상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반드시 부첩관계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를 필요까지는 없고, 축첩행위의 단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행위만으로 장래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혼의 원인이 된 악의의 유기의 핵심적인 내용은 을남과 A녀가 부첩관계를 맺고 동서생활을 하면서 동거의무를 부당하게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있으므로 축첩행위와 악의의 유기를 분리하여 혼인파탄에 대한 인과관계를 별개로 따지기도 어렵다”고 판시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녀도 갑녀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 비추어 보면 오랜 세월 첩과 동거하면서 본처와 동거의무, 정조의무에 저버릴 경우 이는 부정행위, 악의의 유기에 해당하므로 이혼이 가능하고, 상대방 배우자뿐만 아니라 상간인에 대해서도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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