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염을 앓고 있는 여자

박상옥 | 기사입력 2017/05/16 [12:22]

중이염을 앓고 있는 여자

박상옥 | 입력 : 2017/05/16 [12:22]

중이염을 앓고 있는 여자

 

                           김인숙

 

돌아눕는 밤

귀에서도 눈물이 나는 것을 본다

 

내 몸 지하에서

바위를 뚫고 온천수 펄펄 끓는 소리

들린다

마른 잡목처럼 살아온 세월

가지마다 옹이가 녹아

깊은 우물에 고여

두레박을

내려도 내려도

들리지 않더니

, 유황, 나트륨 묵새기다가

곪아터져

귀울음 소리만 가득한 밤

 

다만

보일뿐이다

 

*김인숙: 경북예천 출생. 월간 문학세계등시 부문 등단.

) 주농협 근무. 충주문협. 뉘들문학. 차차동인전 회원.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초등학교 4학년 때, 볼거리(이하선염)가 걸려 크게 앓았다. 지금처럼 다양한 항생제가 흔한 시대도 아니었기 때문에 한 달이나 학교를 못가고 앓아 누었다. 빈 방에 누워 햇빛이 들이치는 창호문살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지난 해 창호지 사이 박아놓은 코스모스 빛깔이 그렇게 은은할 수가 없었다. 이후 사람이든 사물이든 은은함은 아픔을 포함하고 있다고 나는 믿었다. 끝내는 편도선을 절제했고, 고막을 잃었으니, 계절의 변화를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이맘때 5월의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귀를 앓고 있는 여자의 아픔, ‘바위를 뚫고 온천수 펄펄 끓는 소리그 이명(耳鳴)의 실체를 안다. 결국엔 곪아터져 귀울음 소리 가득한 밤’, 불면에 시달리며 귀에서 눈물이 나는 것을 얼마나 많이 확인했던가. 이명은 때때로 듣기 싫거나 듣기 좋거나 세상의 잡음에서 나를 구제하여 하기도 하지만, 은둔이 아니라면 어찌 세상소리에 귀를 닫고 살 수 있겠는가. 내가 아는 시인의 상냥하고 깔끔한 성품도 귀를 앓는 사람의 특징이라면, 유난히 바르게 듣기 위한 노력에서 얻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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