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강을 생각하며

박상옥 | 기사입력 2017/12/18 [12:21]

다시 한강을 생각하며

박상옥 | 입력 : 2017/12/18 [12:21]

다시 한강을 생각하며

 

                           이재호

 

쓸쓸하고 혼자인 날은

아이야

강가으로 가 볼 일이다

거센 강 물줄기는 말고

이 물 맑은 소리나 따라가

쓸쓸하고 더욱 혼자인 날은

아이야

우리나라의 강 마을이나 찾아가서

너희 아버지

너희 아버지의 아버지

그 눈물겹던 첫사랑을

만나볼 일이다

만나볼 일이다.

 

아이야 그 때 네가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 강변의 사랑을 알기나 알지 몰라

그걸 몰라

 

제일로 슬픈 세상의

제일로 슬픈 나라에 태어나서

제일로 파란 많은

사랑 하나 남기고 가는

강물의 내력을 만나기나 할지 몰라

 

거센 물줄기는 말고

이 물 맑은 소리나

구불구불 따라가서

산다는 것이 온통 그렇게

구불구불 하다는 것도 알게는 될지

어떨지 몰라

강 마을의,

강 돌멩이 가지고도

잘 놀고 잘 자라는

강 돌멩이 같은 아이들을 또 만나서

아이야

너희들이 참 야물고 예쁜

강 자갈을 이루고

큰 강을 만든다면

 

내 사랑도 거기 흘러서

흰 물새 한 마리 키우게 될지

어떨지 몰라

아이야,

너희들이 꿈에서 보는

큰 바다가 될는지

그걸 몰라

 

쓸쓸하고 더욱 모르겠는 날은

아이야,

가벼운 물새 몇 마리 앞세우고

훠이 훠이 강가으로 가 볼 일이다

강가으로 나아가서

거센 물줄기는 말고

흐르는 맑은 물소리나

귀담아 들을 일이다

오오래 바라볼 일이다.

 

*이재호(1948~2012): 충주 단월 출생. 월간문학 등단, 2회 민족문학상 수상, 충주문협회원, 뉘들문학 차차동인회 창립 머르러 뵈는 사랑이여」「사랑한다는 것은 무슨 작은 일 하나에도 네 이름을 불러보는 것이다」「삐삐통신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지난 718일 충주문인협회 시 창작 시간을 빌어 이재호 시인 5주기 추모시간을 마련하였었습니다. 당일 시비(詩碑) 문제가 거론 되었는데, 불과 반년도 안 되어 12월 16일 이재호 시인의 문학비가 호암지 생태공원에 세워졌습니다. 시인은 가고 없지만 시()는 생생히 살아났습니다. 이재호 시인은 위의 시 다시 한강을 생각하며로 이미 한강시인이라 이름 하여 왔지만 우리는 충주 시인이며, 호암지 시인이란 이름 하나 더 입혀드리고자 문학비를 세웠습니다. 시인들은 시()로서 제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것이니, 어른도 아이도 사랑도 미움도 모두가 시()안에서 일일이 불러보는 아픈 이름 입니다. 이제 우리는 쓸쓸하고 혼자인 날이면, 호암지 산책길에서 떠난 시인이 불러내던, 잔물결처럼 아치라운 사랑이나 바람을 만나볼 일입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충주 수안보면 새마을협의회, 명절 손님맞이 하천 청결활동 실시
1/6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안내 구독신청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