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우리의 미래, 침묵의 봄

신옥주 | 기사입력 2018/02/26 [12:26]

불안한 우리의 미래, 침묵의 봄

신옥주 | 입력 : 2018/02/26 [12:26]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장은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암이 암석에 다량 함유된 지역이다. 무슨 소리인지도 인식하기 전부터 언제나 하루에 서너번 산을 울리는 발파소리가 들렸고, 장독대는 회색빛이 되었으며, 비가 오는 날에만 공기가 맑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공기나 주변 환경을 탓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모든 경제가 시멘트공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마을 사람들도 그에 맞추어 생활하였으니 불평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결혼한 다음해 국가 이주 정책에 의하여 마을은 철거되어 사라져버렸다. 지난 명절에 부모님 성묘를 다녀오는 길에 마을을 잠깐 지나쳤다. 내가 살던 곳은 어떻게 되었을까 갑작스레 든 마음에 찾아갔더니 삭막하고 적막한 모습이라 충격을 받았다. 뛰어놀던 마을의 공터는 휑하니 바람만 불고, 학교는 시멘트 연구소로 되었으며 앞산은 절반 이상이 깎여나갔다. 여전히 주변은 회색빛 일색으로 걸을 때마다 풀썩풀썩 시멘트 먼지가 올라왔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으면서 더 고향을 떠올리게 된 것 같다. 중학교 시절 서울에서 오신 이쁜 담임선생님께서 “이 동네는 언제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는지 궁금하구나” 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까지 내가 사는 고장과 다른 고장은 다 똑같은 모습일거라 생각했는지 그 말이 가슴에 확 박혔다. 우리 동네 어디가 이상하지? 라는 의문이 들어 그 날 이후로 마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사흘에 한번 장독대를 닦으라고 수세미를 주셨는데 그렇게 닦아도 깨끗해지지 않던 장독들, 모든 책에서 봄의 신록은 눈부신 초록색 잎이라는데 회색이던 나뭇잎들, 비가 온 다음날 유난히 반짝이던 햇빛이 다 시멘트 가루가 날리던 것 때문이라니.

 

시멘트 공장이 마을의 기본 수입원이기도 했지만 농사도 주 수입원인 마을이었다. 동네를 조금만 벗어나면 주변은 온통 논밭이었다. 농약을 뿌리는 장면도 자주 보던 풍경이다. 당시는 농약 사용이 당연했고, 마을 이장이나 옆집 아저씨나 아버지를 포함 누구하나 가릴 것 없이 농약을 사용했다. 농약을 치고 돌아서면 보이는 작은 도랑에서 손도 씻고 발도 씻었지만 종종 그 물을 손으로 떠서 마시기도 했다. 그땐 그래도 괜찮았다. 이 얼마나 무지한 말인가. 그땐 그래도 되다니. 농약으로 인한 사고가 없었던 것은 내가 어려서 사고를 인지하지 못해선지 아저씨들이 농약의 위험성을 알아서 농약 살포에 주의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사한 것만은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생태학 시대의 어머니'이자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레이첼 카슨은 타임지가 뽑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한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서 해양생물학자로 일한 레이첼 카슨은 식물과 동물들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고, 인간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끼치면 이것이 연쇄적인 반응을 이루어간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세계에 살충제 남용의 위험을 널리 알린 ‘침묵의 봄’은 1962년 출판되었으며 오십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읽히는 책이다.

 

오십년 전에 쓰여진 책인데도 현재 우리의 행동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현재의 우리들은 농약이나 제초제보다 지구에 더 해로운 세제나 샴푸, 화학 제품을 마구 쓰고 있다. 지난 세대의 사람들은 이런 지식이 없으니까 양심의 가책을 덜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고민하지 않고 사용하는 나의 모습은 매우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레이첼 카슨은 "인간이 아무리 인위적인 환경에 살아도 자기 존재의 이유인 자연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발전이 마치 인류의 궁극의 목표인 양 행동하는 우리, 지금 우리는 천천히 순환하며 흐르는 자연계의 시간에 인간의 삶을 부드럽고 조화롭게 꾸려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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