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시

박상옥 | 기사입력 2018/03/02 [09:12]

2월의 시

박상옥 | 입력 : 2018/03/02 [09:12]

2월의 시

                                   

                                  정성수

 

자,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할 것인가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바보가 될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정성수(1945~): 월간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한국시학상, 예총예술문화상 외 9건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자, 2월이 왔는데 /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3월의 꽃샘추위가 아직 언 강을 건너오지도 않았는데, 시인은 뭔가 하려는 희망으로 2월을 맞이합니다.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하여 초록을 일구고 싶으며, 어두워지는 눈을 씻고 싶으며, 때 묻은 귓바퀴를 휑궈 내고 싶으며, 상처뿐인 손을 씻고 싶으며, 외로운 투사가 되고 싶고,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습니다. 시인이 바라는 희망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바닥에 깔린 것은 성찰이니, 고뇌의 무늬가 ‘바보’처럼 선명합니다. 그렇더라도 고뇌와 희망은 들숨과 날숨처럼 우리 삶을 지배하고 조절합니다. 계절을 거느리고 세월을 다스리니, 우리는 들숨만 쉬고도 살 수 없으며 날숨만 쉬고도 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시인이 평생 시를 놓지 않는 까닭은 고통과 기쁨을, ‘시’를 통해 찾는데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끝끝내 우리는 지구별에서 희망을 다잡는 놀이를 하다가 저승까지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희망 없는 마음이 가장 큰 죄이며, 최선(最善)이 아님은, 더욱 큰 죄일 것입니다. 마치 죄의 몸을 떠나는 유령처럼 짧은 2월이 저만큼 달아나고 있습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막 도착한 3월의 문밖에 서성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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