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꽃길만 걷자

강준희 | 기사입력 2018/03/27 [08:57]

얘들아, 꽃길만 걷자

강준희 | 입력 : 2018/03/27 [08:57]

▲ 강준희 중산고 교사     ©

3월이 되고 새학기가 시작된지도 한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봄이 왔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3월 중순까지 내렸던 눈과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온 탓이기도 하겠지만, 뿌옇게 앞을 가리는 미세먼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봄은 기어이 오고 있고, 나무들도 꽃망울을 틔우고 파릇한 새싹을 내밀고 있지만, 앞이 안보이게 뿌연 미세먼지가 우리의 눈을 가리고, 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실감하는 날들이다.

 

하지만, 멀리 남도에서부터, 산수유,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꽃축제가 열리는 곳이 많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충주도 이제 곧 꽃이 피고, 진정 봄은 올 것이다. 봄이면, 내가 근무하는 학교 주변은 온통 꽃세상이다. 학교 뒷산에 무더기 무더기 피는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개나리가 피고, 벚꽃, 복숭아꽃이 앞을 다투며 피어오를 것이다. 아침마다 등굣길에 마주하는 관주골 저 멀리 산중턱까지 복숭화꽃이 만발한 무릉도원을 지나 벚꽃이 흩날리는 교문앞과 성모학교까지의 모습은 마치 꿈길인 듯 여겨진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우리 학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얘들아 꽃길만 걷자’ 행사를 한다. 점심시간에 교문을 개방하고, 반별로 담임선생님과 함께, 친구들의 손을 잡고 성모학교까지의 벚꽃길을 걸으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지난 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교생선생님과 함께 꽃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으며 깔깔거리고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때 고민이 많던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꽃길을 걸었던 생각이 난다. 그 아이는 전학을 갔지만 그 아이와 함께 했던 추억은 사진으로, 글로, 학급일기와 학급문집에 남아 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으로 오래 기억에 남아 있고, 그 친구가 그 추억의 힘으로 오늘의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매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수업과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하루하루는 어쩌면 감옥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누구나 다 공부에 흥미가 있는 게 아닐 테고, 학교에서의 매시간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집안 문제나 친구 문제, 진로문제 등으로 고민도 많을 테고,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매일 똑같이 지겨운 일상을 보내며 억지로 하루를 버티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하고, 하루 종일 학교에 갇혀있는 것이 몹시 싫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가 서서히 깨어나고, 산과 들이 파랗게 새싹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누구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이들도, 세상은 온통 눈부신 꽃세상인데, 우리는 이렇게 교실에만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때, 일주일밖에 안되는 날들이고, 하루에 한 시간이 안되는 짧은 순간이지만 교문을 열고 함께 걸으며 남긴 추억은 참으로 소중할 것이다. 숨막힌 일상의 단비와도 같고, 내생에 이런 축복같은 시간들이 자주 올거라는 기대와 설렘으로 살 수 있게 하고,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학창시절의 추억을 남기는 소중한 시간이다. 꽃길을 걸으며 선생님이 사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평소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저마다 이쁜 모습을 뽐내며 사진을 찍어, 사진콘테스트를 하고 글로 남기며 학창시절이 영원한 추억을 간직한다.

 

올해에도 곧 꽃이 필 것이다. 꽃이 피면 나는 또 우리 아이들과 함께 꽃길을 걸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야할 길이 늘 꽃길이기만을 바라며,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늘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꽃길이기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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