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바람과 여행

남상희 | 기사입력 2018/04/17 [14:07]

어머니와 바람과 여행

남상희 | 입력 : 2018/04/17 [14:07]

▲ 남상희 시인     ©운영자

만개한 벚꽃 길을 따라 한참을 거닐다 보면, 하늘은 파랗고 구름 한 점 없는데도 꽃비가 내립니다. 함께 거닐어도 좋은데 언제나 저만치 앞서는 그대는 내게 있어 고마움 그 자체입니다. 해마다 봄날이면 나만의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당신이 내어준 꽃길을 혼자서 산책하는 것을 좋아 합니다. 늘 그랬듯이 그렇게 변치 않는 그 모습 그대로 곁을 내 주는 그런 배려는 내 어머니와도 늘 흡사합니다. 그래서 삼대가 함께 하는 어머니와의 여행길에 따뜻한 봄날과 그대도 초대해 봅니다. 당신은 새벽부터 내게 인내심을 시험하려는지 때 아닌 안개비를 여행길 내내 따라 오게 합니다. 이제 구순을 바라보는 노모에게 있어 여행이란 소녀처럼 설레게 하는 동심의 세상이라 하더이다. 앳된 소녀처럼 노모는 내내 들뜬 그제와 어제를 그리고 오늘을 맞이하시며 행여 마음의 상처라도 나셨을까 은근 걱정도 해봅니다. 혼자만 괜한 걱정을 했었나 봅니다. 당신은 가볍게 입으신 노모님의 옷자락을 흔들어 대지만 마냥 행복한 모습으로 발길 닿는 곳 눈에 보이는 풍경 들을 바라보시며 연이은 감탄에 함께 동화를 해 봅니다.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노모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혼자 빙긋 웃어봅니다.

 

“비가 조용하게 오니 덥지 않아 너무 좋구나!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날씨마저 흐린 덕에 사람들 북적이지 않아 여기 저기 한가로이 볼 수 있어 더욱 좋구나!”하시며 오히려 자식 눈치 보시는 어머니 마음을 눈치라도 채신 것처럼 당신은 잠시 틈새 시간을 주시더이다. 기념사진은 추억으로 가는 또 하나의 행복한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방금 전에 찍힌 사진도 다시 보면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하니 이 또한 행복합니다. 맛 집은 가는 곳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보면 젊은 사람들은 그렇다 치지만 노모와 함께하기엔 너무 힘들고 지루했었는데 기다리는 사람 없고 여유롭게 매 식사를 할 수 있어서 그 또한 당신 덕택임에 감사합니다. 어릴 적 아장아장 걸을 때 뒤 따라 오시며 행여 너머 질 새라 애간장 태우시며, 또는 대견해 하시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동행해 주시던 어머니를 당신처럼 앞서가서 아주 천천히 기다리는 여유와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한걸음 걸음 당신이 어머니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흡족해 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니 가슴이 먹먹해 져 옵니다. 이 또한 당신이 주는 작은 효심 인생 공부가 이런 거구나 생각합니다. 구순이 아닌 이전에 아주 이전에도 이런 시간들이 있었다면 오늘처럼 그런 느낌들이 존재했었을까 반문해 봅니다. 그래서 오늘 함께한 이순간이 또 고맙고 고맙습니다. 순간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여유를 바쁘다는 이유로 늘 잊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길에 당신을 초대한일은 참 잘 한 일 중 하나일겁니다.

 

오늘이 아닌 내일도 그런 어머니와 함께하는 여행길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희망도 하나 더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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