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충주

김영희 | 기사입력 2018/04/25 [08:43]

걷기 좋은 충주

김영희 | 입력 : 2018/04/25 [08:43]

▲ 김영희 시인     ©

단비를 맞은 봄이 더욱 싱그럽다.

 

2년 전 어머니를 모시고 브라질로 떠났던 여동생이 혼자 다니러 왔다. 87세 어머니의 안부를 물으니 요가도 꾸준히 다니시고 운동을 열심히 하셔서 건강하시다고 했다. 엄마를 모시고 사는 여동생은 자식도 없이 혼자 산다. 그래서인지 새를 좋아해서 앵무새도 있고 카나리아라는 새도 있는데 새하고 소통을 할 정도다. 동생은 돈도 모르고 세상물정도 어두운 편인데 어떻게 브라질로 갔는지 모르겠다. 동생은 한 달간 머무를 생각으로 왔다. 동생인 온 다음날 우리는 집근처 과수원 길을 따라 걸었다. 어느덧 사과나무의 꽃몽오리가 피어나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풀밭으로 들어가 보았다. 동생은 달래를 보고 좋아하며 몇 개를 캤다.

 

민들레도 몇 개 캤다. 살면서 동생과 이러한 시간은 처음이다. 다음 날 동생과 호암지를 걸었다. 호수에는 물오리가 그림처럼 노닐고, 어디서 왔는지 자라가 버드나무 가지에 올라와 일광욕을 즐겼다. 호숫가에는 참꽃이 수줍게 반기고 조팝꽃도 새하얗게 반겼다. 기묘하게 생긴 몇몇 나무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조붓한 길을 걷다가 시원하게 뿜어 올리는 분수를 보면서 잠시 앉아본다. 호암지는 해가 지나는 시간마다 풍경이 다양하다. 봄 풍경에 흠뻑 취해 걷던 동생이 ‘언니 우리 한국은 사계절이 있어 참 좋아. 특히 충주는 산도 아기자기하고 물도 많고 고향이라 더 좋은 것 같아. 언니는 충주 절대로 떠나지마’한다. 그렇게 말하다가도 ‘나 빨리 브라질 가고 싶다. 여긴 너무 추워. 그리고 시차 때문에 적응하기 힘드네’ 한다.

 

호암지를 걷다가 이마트 들러 눈요기 쇼핑을 하고 전통시장에 들렀다. 이것저것 야채를 산 후 동생과 만둣국을 먹었다. 동생은 아주 맛있어 했다. 충주전통시장은 만두가 유명하다. 한 번 맛본 사람은 택배로 주문해서 먹기도 한다. 동생도 한국에 살 때 멀리서 여러 번 주문해 먹기도 했다. 서울에 사는 지인들도 충주 만두가 맛있어서 주문해서 먹는다고 한다. 명절에는 만두가 동이나 예약 주문 없이는 사기도 어렵다. 충주 만두가 맛있다보니 점점 유명해지는 것 같다. 이러다가 “충주하면 충주만두” 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동생은 내일 만둣국 먹으러 또 오자한다. 시장구경을 하면서 집으로 걸어왔다. 채식주의자여서인지 동생은 군살이라곤 없다. 다음날은 수안보 온천을 한 후 흐드러진 벚꽃길을 걸었다. 벚꽃 양산을 쓴 것 같았다. 걷다가 은은한 꽃향기를 맡으며, 벚꽃길에 만들어진 족욕탕에서 족욕을 했다. 족욕을 하며 사람들은 일본 여행 온 것 같다고 했다. 족욕을 하고 나니 몸이 따듯해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수안보에는 꿩요리가 많아서인지 가로등도 꿩모양처럼 생겼다. 내가 어릴 때는 가끔씩 어머니와 수안보온천을 했다. 어머니와 다니던 집은 길갓집이었다. 온탕에 들어가면 한쪽에는 바위가 그대로 놓여있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다음날 우리는 생가마을을 지나서 동막골을 돌아 사락리에 있는 아버지 성묘를 갔다. 아버지 옆에는 어머니 자리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브라질에 사시니 아버지 옆으로 오시는 게 문제다. 성묘를 마치고 오면서 초등학교 때 소풍갔던 화개산 자락이 보였다. 그곳에 산벚꽃이 드문드문 피어있다. 우리는 그곳을 배경삼아 둘이 사진을 찍었다. 집으로 오다가 전통시장에서 떡만두국을 또 먹었다. 충주 와서 제일 맛있게 먹은 게 떡만둣국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만두를 브라질로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두루 다녀보니 걸을수록 정이 들고 볼수록 아름다운 충주라며 떠나기 아쉬워했다. 동생이 아쉬움 안고 돌아가서 어머니모시고 다시 돌아와 주면 좋겠다.

 

동생이 가고 충주 시내 하천길을 걸었다. 충주의 하천이 꽃이 있는 맑고 고운 길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이 걷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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