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감나무

박상옥 | 기사입력 2018/05/15 [08:39]

땅감나무

박상옥 | 입력 : 2018/05/15 [08:39]

[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동시 특선 50편

 

땅감나무

 

                          권태응

 

키가 너무 높으면

까마귀 떼 날아와 따 먹을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키가 너무 높으면,

아기들 올라가다 떨어질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대부분의 독자는 ‘동시’를 두고 어린이의 단순한 감정을 표현한 ‘시’라고 쉽게 믿어버리려 합니다. 따라서 생각도 깊지 못하다 하지만, 동시는 어린이만 쓰는 것이 아니며 그리 단순하지도 그리 쉽지만도 않습니다. 오히려 상상의 자유로움이 사고의 틀에 갇혀 있지 않으므로 깊이가 있습니다. 때때로 ‘동시’는 어른들이 즐겨 쓰는 ‘시’보다도 훨씬 발칙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으니,『바닷물 에고, 짜다 (2009.비룡소』함민복님의 동시집이 그렇고, 천연덕스럽고 유쾌한 상상력을 보여주는『콧구멍만 바쁘다 (2009 창비』이정록님의 동시집이 특히 그렇습니다. 동시는 많은 실험적 감성요소를 독자에게 선물합니다. 이것은 우리 동시문학의 선구자이신 권태응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기 때문이니 앞으로도 동시는 이래야 해! 라고 하는 선입견을 갖지 않아야 훌륭한 동시를 쓰거나 만날 수 있습니다. 이미 그 옛날 권태응 선생님은 토마토의 우리말, 『땅감나무』를 가지고도, 남다르게 재미있는 동시를 지으셨으니, 땅 가까이 자라는 땅감나무는 “키가 너무 높으면 까마귀 떼 날아와 따 먹을까봐 / 키가 높으면 아기들 올라가다 떨어 질까봐” 키가 작게 자란 토마토를 가리킵니다. 키 작은 땅감나무를 두고, 까마귀와 아기의 입장을 헤아려서 끌어 낸 상상력에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요즘은 땅감나무 키가 많이 커졌습니다. 이제 땅감나무에선 아기신발이 열리고 새집을 매달아 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절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일을 무수한 상상력에 의지해 인류의 역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우리가 ‘동시’에 대한 선입관을 버려야 ‘동시’는 세계로 우주로 감성인식의 범위를 넓혀 갈 것입니다. 문득, 머지 않는 미래에 토마토란 말 대신 ‘땅감나무’란 이쁜 우리말을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상상만으로도 오늘은 행복한 날입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포토뉴스
조길형 충주시장, 2024년 갑진년 새해 충혼탑 참배
1/19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