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사를 알고 싶다면 로마서브로사를 권한다

신옥주 | 기사입력 2018/05/21 [14:10]

로마사를 알고 싶다면 로마서브로사를 권한다

신옥주 | 입력 : 2018/05/21 [14:10]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보통 책 좀 봤다는 이들은 대부분 로마를 논하거나 그리스로마신화를 줄줄 읊어댔다. 고백하건대 그럴 때마다 나는 주눅이 들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기는 읽었지만 신화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삼국유사같은 느낌이었다. 삼국유사를 폄하는게 아니라 전세계인이 알고 있는 신화가 아니기 때문에 비교하기도 어중간했다. 일본인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이야기는 열권인데 그도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장르역사소설을 소개받고 읽으면서 로마를 조금 알게 되었다. ‘로마 서브 로사’라는 제목은 장미 꽃 아래의 로마라는 말인데 비밀회의 장소에 장미를 꽂아 두면 그 방에서 했던 모든 말은 비밀로 한다는 그들만의 약속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제목부터 딱딱하지 않고 로맨틱하다.

 

저자 스티븐 세일러는 로마사를 전공한 미국인 소설가이다. 처음에는 로마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라길래 반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렸고 반은 흔한 추리소설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대충 보려다 깜짝 놀랐다. 우선 책의 두께가 기본 500페이지에 네 권이다. 미국에서는 열 권이 출간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네 권까지 번역되었다. 주인공 고르디아누스는 로마 시민이지만 귀족이 아니라서 그런지 하층민이나 중산층의 눈으로 본 고대 로마사의 풍경이 나타난다. 늘 로마의 황제가 저지른 기행들을 듣거나 호메로스같은 영웅담을 읽던 나는 처음에는 당황했고 점점 책에 빠져들었다. 시오노 나나미가 쓴 지배층의 눈으로 본 역사서와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서 로마시민의 일상생활, 습관, 시장의 풍경, 노예의 삶을 여과 없이 그러나 로마사를 전공한 저자답게 매우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마치 내가 고대 로마의 곳곳을 걸어 다니며 직접 경험하듯 생생하며, 그들의 토가라는 의복을 입는 방법, 평범한 일상과 귀족의 저녁만찬, 축제에서의 음식들이 지중해전역에서 계절별로 어떻게 조달되는지, 로마 시내나 이탈리아의 빌라 건축과 주거문화까지 보여주어 책을 손에서 떼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로마 시민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모티브로 삼아 소설 속 사건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로마 역사를 공부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책이다. 1권 로마인의 피는 포르투나(Fortuna, 행운의 여신)의 총아였던 독재관 술라의 공권 박탈 조치 사건을 보여준다. 2권 네메시스(Nemesis, 복수의 여신)의 팔은 당대 로마를 떨게 했던 대규모 노예검투사 반란사건 '스파르타쿠스 혁명' 그리고 이를 진압했던 크라수스의 개인적 사건과 긴박하게 연결된다. 3권 카틸리나의 수수께끼는 키케로의 원로원 최종 권고로 유명한 카틸리나 사건과 연결되고, 4권 베누스의 주사위는 민중파 호민관이고 민중의 인기가 높았지만 성적으로 문제를 많이 일으켰던 클라디우스와 그의 누이 클라우디아의 이야기인데 공화정 말기 등불 앞의 이집트의 운명과 연관되어 있다.

 

주인공 더듬이 고르디아누스는 로마시민이 되기 전에 알렉산드리아를 비롯 지중해 곳곳을 여행한 탐정으로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방법과 토론, 웅변, 심지어 노예제도에 대한 의혹과 원로원의 논쟁 모습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또 다른 주인공 키케로는 이름만 들었지 어떤 일을 했고 업적이 무엇인지 감도 안오는 나에게 가장 생생하게 다가왔다. 정통 로마시민이 아니라 라틴도시인 아르피움의 부농 출신으로, 원로원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지만, 기회주의자 같은 이미지는 매 권마다 두드러지게 보인다. 아마 작가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로마 서브 로사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로마에 대한 지식과 추리소설의 재미,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로마를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로마에 관한 어떤 책보다도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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