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랑물

박상옥 | 기사입력 2018/06/27 [08:18]

또랑물

박상옥 | 입력 : 2018/06/27 [08:18]

[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대표 시 50편

 

 

또랑물

 

                  권태응

 

고추밭에 갈 적에

건너는 또랑물.

 

찰방찰방 맨발로

건너는 또랑물

 

목화밭에 갈 때도

건너는 또랑물.

 

찰방찰방 고기 새끼

붙잡는 또랑물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외가댁이 충주인 저는 표준말인 도랑물보다는 또랑물이 친근하고 거머리보다는 그머리가 지렁이보다는 지랭이가 개구리보다는 개구락지가 호랑이 보다는 호랭이가 말하기 자연스럽고 친근합니다.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기 전 60년대 어린 시절은 고추밭에 갈 적에 건너는 것이 또랑물이고, 아랫마을 삼촌네 집에 갈 적에 건너는 것이 또랑물이었습니다. 내 어린 시절 남자친구는 허구 헌 날 또랑가에서 놀았는데 어느 결에 고무신이 내려가는 것도 모르고 “찰방찰방 고기 새끼 / 붙잡는 또랑물”이 좋아서 맨발로 텀벙거리다 매를 벌어서, 남은 고무신 한 짝으로 아이스케키를 사먹고는 했습니다. 그러던 아이들이 껑충껑충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고, 점점 넓게 열리는 세상을 향해 어떤 어린이는 두만강을 건너가고 어떤 어린이는 태평양을 건너가고 인도양을 건너가고 대서양을 건너가고 폴짝폴짝 껑충껑충 꿈을 사뿐히 뛰어넘고 돌아와선 20세기 늙은 아이로 살고 있습니다. 동시가 보편화 되면서 어른을 위한 동시가 나오면서부터일까요. 동시가 모호할 경우가 있는데, 권태응 선생님의 동시는 100년을 거슬러 오르면서도 어색한 것도 억지스러운 것도 작위적인 것도 없습니다. 오늘 이 시간도 현실과 자연을 기반으로 한 권태응 선생님의 동시를 읽으며 세상의 도랑을 재밌게 건너갑니다. 어느새 도랑은 사라지고 외롭고 아득한 추억만 졸졸졸 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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