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나무

박상옥 | 기사입력 2018/07/10 [15:56]

정자나무

박상옥 | 입력 : 2018/07/10 [15:56]

[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대표 시 50편

 

 

정자나무

 

                   권태응

 

동네 복판에

아름드리 느티나무,

 

언제나 가면 땀 드리는

사람 있다.

 

소나기가 와도 새지 않는다.

 

그 옛날 누가 심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정자나무.

 

먼 들판에서도

젤 잘 보인다.

 

까치집도 세 개나 있다.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글을 잘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작가는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잘 쓰려고 노력할 터이니, 글을 잘 쓰는 방법이라면 무엇보다 엉덩이로 쓰는 것이고 솔직하게 쓰는 것입니다. 물론 요즈음은 핸드폰에도 노트가 들어 있어서 구태여 집에 틀어박힐 필요 없이 밖에서도 글쓰기를 한다지만 어디서건 일단 멈추어 생각을 가다듬고서야 글머리를 꺼낼 수 있으니 엉덩이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솔직하게 쓰는 것입니다. 어쩌다 상상력만으로 비상한 글쓰기를 했다하더라도 거짓으로만 쓰여 진 글은 쉽게 추락할 수 있으니, 글 속 상상력의 힘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라 진실성을 염두에 둔 말입니다. 진실한 경험을 바탕으로 길어 올린 글이라야 오래 독자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말입니다.

 

문학의 장르 중에서도 특별히 시(詩)는 무지개 같은 존재입니다 꿈을 꾸게 만들고 신비하게 만들고 설레게 만듭니다. 이 세상에 시(詩)처럼 신비하고 설레게 하고 꿈처럼 되짚어보게 만드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시인들이 2천명이나 된다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시인이 더 필요한 이유는 경제가 안 좋고 삶이 팍팍할수록 무지개 같은 희망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름드리 정자나무에선 “소나기가 와도 새지” 않는 것처럼 권태응 선생님을 두고, 100년의 후손들이 고단한 땀방울을 식히며 쉬어 갈 수 있는 충주의 정자나무라고 생각해봅니다. 권태응이란 정자나무 아래에서 문인들이 좀 더 깊은 눈으로 자기를 내려놓고 서로를 바라 볼 수 있다면⋯ 저 역시 어떤 문인으로 살 것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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