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집 이름

박상옥 | 기사입력 2018/07/17 [15:31]

재밌는 집 이름

박상옥 | 입력 : 2018/07/17 [15:31]

[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대표 시 50편

 

 

재밌는 집 이름

 

                          권태응

 

읍내서 시집오면 읍내댁

청주서 시집오면 청주댁

서울서 시집오면 서울댁.

 

집집마다 재밌게 붙는 이름.

 

동네 중 제일 가까운 건

한동네서 잔치 지낸 한말댁.

 

 

동네 중 제일 먼 건 북간도댁

해방 통에 못 살고 되왔지요.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100년 전의 동심이 읽어내는 이름의 풍속도를 읊으며 오늘도 웃습니다. 그리 먼 시절의 얘기가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든 집(댁)에다 출신지를 붙여서 이름대신 불렀지요. 시집가면 부모님께 받은 이름이 아닌 새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출가한 새댁은 하잘 것이 없는 아녀자의 이름이라 아니 불렀고, 남자들은 내외를 하느라 어려워서 아니 불렀습니다. 남존여비의 불합리한 사회인식에서 수수만 여자들의 한 숨소리가 입술 밖으로 떨어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서도 대교엄마는 합천댁, 영진엄마는 용골댁, 충진엄마는 이천댁으로 불리는 소리를 듣고 자랐습니다. 집집마다 재밌게 붙는 이름 앞에서 여인들은 부모님이 주신 이름으로 불리다가 시집가서 동네만의 이름으로 불리다가 자식을 낳으면 자식이름 끝에 불리었으니, 이름의 시대적 변화입니다. 이렇듯 재밌는 이름을 지고지순하게 받아들이던 엄마들을 떠올리려니, 동시가 우리들 삶의 모습이며 나아가서 인생을 모방하고 기록하는 유적지란 생각이 듭니다.

 

동시는 ‘영원한 동심’을 표방하는 것이며 동시라는 것이 그저 ‘아이’라 하는 나이 문제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물지 않은 ‘아이생각’이 아니라, 삶 자체를 완전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밑바탕 예술이란 생각입니다. 이 시대가 동시의 자양분으로 순수와 융합할 수 있다면, 미래 어린이의 꿈을 북돋아 줄 수 있다면, 아직 순수한 인생의 백지에 드러난 동심의 눈을 닮아 문학이 추구하는바, 넓은 의미의 도덕이 실천될 수 있다면. 100전 전의 권태응 선생님 뜻이라 믿으며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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