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김영희 | 기사입력 2018/07/18 [08:13]

일본여행

김영희 | 입력 : 2018/07/18 [08:13]

▲ 김영희 시인     ©

장마가 한바탕 지나고 나니 길과 산천이 목욕을 한 듯 산뜻하다. 초복이 지난 들녘도 햇볕이 쨍쨍 나는 더위에 꿈들이 부풀어 더욱 무성하다.

 

지난 5월 중순, 사위와 딸에게서 일본 여행 보내준다는 전화와 문자가 왔다. 올해는 엄마 생일도, 어버이날도 통과라고 하더니, 여행 보내줄 꿍꿍이를 한 모양이다. 혼자 여행을 할 생각에 막연해 하고 있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어머님하고 같이 다녀오라는 전화였다. 딸도 많이 생각한 뒤에 물어보는 듯 했다. 딸과 사위가 처음 보내주는 여행이라서 간다고 대답했다.

 

막상 사돈하고 여행 갈 생각을 하니 기대도 되지만, 조금은 염려가 되었다. 드디어 6월 11일 공항으로 가는 중 사돈이 먼저 도착했다는 전화를 했다. 나는 간신히 오전 8시 미팅시간에 도착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사돈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사돈은 여행을 많이 해본 듯 동경행 비행기 예매표를 척척 알아서 끊었다.

 

기내식 없는 비행기를 탄지 두 시간여 만에 후지산이 가깝게 보이는 시즈오카현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점심값 만원씩 걷으며 추천한 식당은 뷔페식이었다. 식당의 넓은 천장은 수많은 화분 꽃이 아래로 자라면서 꽃하늘을 만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옆 칸으로 가니 처음 보는 새들과 커다란 연못에 연꽃을 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사돈과 나는 사진으로만 보던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후지산(휴화산)은 안개가 그림을 그리는 듯 했다. 버스에서 내다보이는 시즈오카현은 거의 녹차 밭이다. 일본의 녹차는 50%이상이 이곳에서 난다고 한다. 잠시 내려서 녹차박물관을 들어서자 진하고 구수한 녹차향기가 짙게 풍겨왔다.

 

다시 동경으로 향했다. 동경에는 수국이 참 많았다. 동경에서 유명한 몇 군데를 다닌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첫날밤을 맞이했다. 작은 방, 작은 침대가 놓여 있는 방은 여행용가방을 겨우 놓을 정도였다. 침대는 내가 쓰는 싱글침대 정도였다. 친구도 아니고 사돈과 좁은 침대에서 나란히 잘 생각을 하니 편할 수만은 없었다. 사돈과 나는 침대 모서리 쪽에 서로 반대로 누워서 자는 걸로 했다. 욕실 크기는 우리집 욕실의 절반 정도다. 사돈은 숙소에 들어오자 피부 관리를 정성들여했다. 그러나 나는 올 봄부터 먼지 알레르기가 일어났다. 그래서 기초화장품은 물론 썬크림 조차 바르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사돈은 깨끗한 피부에 연실 바르느라 바쁘고, 나는 수도만 있으면 먼지 씻느라 바빴다. 병원에서는 피부보호막이 너무 얇고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렇다고 한다. 여행 두 번째 날은 가이드 없이 자유 여행이었다. 사돈과 나는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동경역으로 갔다. 지하철 하루 이용권을 각각 9천원에 샀다. 사돈은 일본어 공부를 해서인지 일본사람과 간단한 질문을 주고받았다. 우리는 지하철 노선도를 하나씩 들고 한자와 영문 일본어를 총동원해서 길을 찾아다니며 여행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이 신주쿠다. 신주쿠역은, 하루 이용객이 350만여 명으로 세계최대의 전철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거기서 신주쿠 도시의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신주쿠중앙공원을 두 시간 걷다가 나왔다. 다음은 동경의 번화가이며 일본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다는 긴자에서 명품쇼핑을 즐겼다. 물가가 비싸서 저렴한 기념품 몇 개만 샀다. 자유 여행을 마치고 호텔 근처에서 초밥을 먹었다. 먹은 음식 중에 간이 제일 잘 된 식사였다. 다른 식사는 거의가 짠 편이다. 마트에서 산 과자도 짜다. 3박4일간 먹은 음식 중에 뷔페 말고는 야채와 과일은 거의 없었다. 음식 가지 수는 몇 개 안되는데 단무지는 구경도 못했고 김치는 천원어치 주문하면 겨우 몇 젓가락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에서 하루 자유여행은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동행가이드 없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는 것이었다. 세 번째 날은 일본 황궁을 갔는데 연못 건너 황궁 숲만 바라보았다. 네 번째 날은 녹차 가게에서 여러 가지 녹차 시음을 하고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별미였다. 딸 덕분에 뜻하지 않은 해외여행을 사돈과 하게 되어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사돈은 헤어지면서 다음에 또 가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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