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집, 무엇이 문제인가?

이대훈 | 기사입력 2018/07/23 [09:49]

어린이 집, 무엇이 문제인가?

이대훈 | 입력 : 2018/07/23 [09:49]

▲ 이대훈 청소년을 위한 미래설계연구소장     ©

동두천시 한 어린이집의 통학차량에서 4살 여아가 폭염 속에 방치돼 숨진 사고가 발생해 어린 아동을 가진 부모와 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원장과 담당교사는 출석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부모참관행사’관계로 분주해서 깜빡 잊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시중의 말 중 ‘도둑을 맞으려면 집을 지키는 개조차 짖지를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해당 어린이집 직원들의 말을 따르자면 담당교사는 ‘학부모수업참관’ 때문에 깜빡 잊었다고 했으며, 운전기사도 그날따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 열쇠를 어린이집에 맡겼고, 인솔교사는 아이들이 서로 먼저 내리려고 다투는 것을 말리느라 깜빡 잊었으며, 담임은 자신의 반 인원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원감 역시 담당교사로부터 출석 체크 현황으로 보고받아야 하지만 이 역시 깜빡 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이날 어린이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얼마나 중요한 행사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날따라 전 직원이 집단으로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렸던 것일까?

 

어린이집 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어린이집도 일반 학교 못지않게 각종 서류정리 등으로 하는 일이 너무 많다고 한다. 학부모참관수업, 평가 인증, 재롱잔치, 현장학습, 공개수업, 학예회 등과 아울러 각종 서류 작성으로 어린이집 교사와 직원들은 정신이 없이 바쁘다고 한다. 도대체 4살 정도의 어린아이들을 왜 이렇게 잡아 돌리는 걸까? 그리고 누구를 위한 행사일까? 설마 어린이집에서조차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아닐런지? 어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그냥 편하게 지내도록 할 수는 없을까? 허나 이런 이면에는 일부 극성스런 학부모들의 치맛바람과 입김이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듯싶다. 그러지 않아도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어렵고 배울 것은 너무나 많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학교와 학원을 순회하며 팽이 돌 듯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있다. 어린이집에서만이라도 즐겁고 신나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 참관수업은 뭣이고, 재롱잔치는 누구를 위해 왜 하는 걸까? 공개수업, 학예회 등의 행사 때문에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소홀해진다면 이건 주객이 전도가 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아이의 생명과 안전, 아이들 그 자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 이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알 될 일이지만 단지 그 교사들만의 잘못일까? 다 함께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와 함께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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