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무섬 쟁이

박상옥 | 기사입력 2018/07/25 [08:57]

아기는 무섬 쟁이

박상옥 | 입력 : 2018/07/25 [08:57]

[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대표 시 50편

 

 

아기는 무섬 쟁이

  

                  권태응

 

아기는 무섬 쟁이 바보,

해만 꼴깍 넘어가고

깜깜해지면

문밖에를 한 발짝도

못 나갑니다.

 

아기는 겁쟁이 바보,

*뜨럭에서 강아지는

혼자 자는데

아긴 글쎄 마루에도

못 나갑니다.

 

 

*뜰 또는 토방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어둠은 무서움이나 두려움의 상징입니다.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아 저녁을 먹은 후, “옥아, 부엌에 숭늉 가져오너라.”하면, 스위치를 켜고, 숭늉그릇을 찾아 들고 오는 그 잠깐이 얼마나 무섭던 지요. 어둠에 잡히기라도 할까봐 후다닥 서둘러 문을 여닫곤 했지요. 어쩌다 숭늉이라도 흘릴라치면 “계집아이가 저리 얌전하지 못해서야 쯧쯧” 할머니 꾸지람을 듣지만 깜깜하다는 공간엔 수시로 무섬증이 일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 중에는 아기가 아니라도, “해만 꼴깍 넘어가고 / 깜깜해지면 / 문밖에를 한 발짝도 / 못 나가는” 겁쟁이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들은 분꽃 봉숭아, 금송아, 나리꽃, 접시꽃, 백일홍, 천일홍이 둘러쳐진 마당에서 놀다가 저녁 답이면 각자 제 그림자를 밟으며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세 살이 넘은 아이는 사물을 새로운 각도로 인식하기 시작하여 나무에도 눈이나 코가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무생물을 생물처럼 느끼면서 논리적이지 않은 상상 속에서 무서움을 만들어 냅니다. 갑자기 무서움을 타기 시작하는 아이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인식을 시작합니다.

 

아슴아슴한 기억 속에 저는 기다란 꽃자루 끝에 옹기종기 핀 분꽃에게 아침인사를 하곤 하였습니다. “깜깜아 너 거기 분꽃 속에 숨은 것 내 다 알아, 이따 저녁에 분꽃 피면 또 나올 거지?” 아침 먹고 보면 또르르 꽃잎을 말아버리는 분꽃 속에 어둠이 숨었다고 상상하곤 했었습니다.

 

모든 꽃 속에는 어둠이 살아서, 어둠이 긴 터널을 빠져나와서 “와, 드디어 끝이네” 라고 외치는 것이 꽃입니다. 그리움이나 행복도 어둠 끝에 꽃으로 피는 것이고, 꽃 핀 이후에 다시 흙으로 꽃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영어 이름도 포어클록(four-o'clock)이라는 분꽃 피는 네 시 이후, 깜깜한 시간을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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