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신옥주 | 기사입력 2018/08/14 [09:34]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신옥주 | 입력 : 2018/08/14 [09:34]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유달리 무더운 여름이라 휴가도 가기 귀찮고 무거운 내용의 책도 싫어 이번 기회에 미스터리나 왕창 읽어야지 하던 중 시마다 소지를 만났다. 이 작가는 신본격 미스터리 장르를 쓰는 작가라서 그동안 거부감을 살짝 가져 이름은 익히 알고 있어도 읽기를 내내 꺼려왔었다. 사회주의 소설은 우리의 생각을 넓혀주고 사고를 확장한다는 것은 알지만, 교훈을 주려고 작정한 책만큼 지루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꾸 이 작가의 책이 눈에 들어와 에라~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라서 소설이 아니라 과학인가 싶어 긴가민가하며 읽었다. 만화 ‘탐정 김전일’에 자주 등장하는 피에로 살해 장면으로 시작해 일본 작가들이 다 그렇지 뭐 이러며 실망을 했다. 한편으로는 각 장의 내용이 너무 달라 단편집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중간 이상부터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짜임새도 좋고 구성도 좋고 심지어 트릭까지 기가 막혔다.

 

어느 날 꾀죄죄한 부랑자 노인이 소비세 12엔을 요구하는 한 가게 여주인을 죽이면서 시작된다. 소비세가 뭔지 왜 이런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사건을 담당한 요시키 형사는 치매노인에 의한 충동살인이라는 다른 형사들의 결론에 고개를 갸웃하며 막연하게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고 홀로 수사를 진행한다. 수사과정에서 노인이 26년 동안 유아유괴 살인사건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써 교도소에 수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노인을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노인이 복역할 때 쓴 소설을 입수해 읽은 형사는 사건의 진상에 점점 다가간다.

 

춤추는 피에로의 수수께끼로 시작하는 미스터리는 어느 새 역사소설이 되었다. 노인이 살아 온 여정(과연 여정이란 아름다운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너무 슬픈 인생이다)은 우리 국민에게 너무나 뼈아프고 가슴이 찢어지는 과거사이다. 일본이 무력으로 조선을 정복하고,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 우리 국민들을 어떻게 이용했으며, 어떻게 죽음의 전쟁터로 내몰았는지 담담히 쓰여 있다. 일본인 노인은 여태영이란 한국 이름이 있었으며 길을 가다가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고 일본이 패망하자 소련에게 잡혀 다시 강제노역을 하며 겨우 목숨을 구한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 소원인 그는 동생과 사할린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 일본으로 와서 어찌어찌 서커스단에서 피에로 일을 하며 살았다. 그러나 동생은 여자에게 속아 살해당하고 그는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으로 감옥에서 복역 후 노인이 되어 세상에 버려진다.

 

“사할린에는 지금도 일본인이 강제로 보내 노동을 시킨 조선인이 4만 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 일본인은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쟁 탓이라고 해도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도리에 어긋난 일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은 진정한 일등 국가가 못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화를 내는 일본인도 있지만 저는 정말로 일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요시키 형사는 내 바람은 단 하나, 내 보잘 것 없는 인생에서 만나는 일에 대해 백은 백이고 흑은 흑이라고 말하며 죽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마지막 이 끝맺음은 작가의 말이다. 시마다 소지는 부끄러운 일에서 눈을 돌리지 말아달라고 일본인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나는 일본 작가가 자국민에게 욕을 먹을 것을 각오하고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그들에게 원하는 것은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져 달라는 것인데, 사실을 제대로 아는 일본인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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