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론 (아르타샤스트라)

신옥주 | 기사입력 2018/09/18 [08:56]

실리론 (아르타샤스트라)

신옥주 | 입력 : 2018/09/18 [08:56]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해마다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인문학 강의를 듣다 보면 같은 주제로 강의하거나 매스컴, 유투브에 자주 나오는 주제로 강의하는 강사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전혀 새로운 강의를 듣게 되어 전날부터 강의를 듣는 시간까지 가슴이 두근두근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인도 철학을 공부하신 우형은 선생님 강의는 대한민국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아니다. 우선 강의 내용은 인도 철학을 중심으로 하되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그리스 철학을 접목시켰다. 특히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말로만 들었지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지 않았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본을 주시고 선생님의 철학도 담아 말씀하신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인도 철학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는데 마침 지난 학기부터 강좌가 개설되어 12주 강의를 듣고 너무 좋아서 두 번째로 신청하였다. 이번 강의는 지인들에게 두루두루 알려 함께 듣는데 모두들 좋은 강의를 소개해서 고맙다고 하여 내가 강의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으쓱해졌다.

 

이번에 생전 처음 보는 책을 다루었다. 책의 겉 표면에 ‘인도의 마키아벨리, 까우띨리야의 제왕학! 어떻게 국가를 다스리고 권력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이렇게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게 광고하는 책이 있을까 싶었다. 인도인들도 중국인만큼 과장이 심한가보다 생각했다. 책의 저자는 BC 317년경 마우리아왕조를 창건한 찬드라굽타의 재상 카우틸리야라고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아르타샤스트라’는 다양하게 해석을 할 수 있는데 주로 ‘물질적 이익의 과학’ ‘왕의 이익을 위한 안내서’ ‘실리론’(實利論) 등으로 번역된다. 나는 실리론이라 번역된 책을 사서 읽었다. 이 책은 정치·경제·외교·행정·국방·첩보·조직·세금·분배 등 국가·정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역이 나와 있다. 이 책을 읽고 예전에 읽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비교하고자 다시 살펴보았다. 그런데 시대도 차이가 많이 나고 동양과 서양이라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상황인데도 일맥상통하는 구절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역시 제왕을 기르는 위대한 선지자들은 비슷한 생각으로 제왕을 가르치는 것을 깨달았다.

 

‘아르타샤스트라’에는 복지국가론도 담겨 있는데, 특히 오늘날에도 사회적 약자인 빈자(貧者)·노예·여성의 문제를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왕을 위한 가르침이라 정치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많이 다루어 첩보나 정치적 정적들, 역적에 대한 처벌도 상세하게 나온다. 통치자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어떤 도덕적인 제한도 불필요하다고 한다. 왕의 자리란 늘 조심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아들인 태자가 황제자리를 너무 일찍 넘보지 않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감시하는 법뿐만 아니라, 태자가 아버지인 황제의 지나친 간섭을 저지하고 대처하는 법까지 나와 있다.

 

시대가 변했어도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이다.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라고 한다. 첫째 나는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둘째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셋째 이 일은 성공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만족스러운 답을 얻었을 때에만 일에 착수하고, 뭔가 착수한 일에 대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라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국왕은 대관식에서 백성들로부터 왕의 권위를 부여받는 동시에 백성에 대한 봉사를 서약해야 했다. ‘만일 내가 국민들을 박해한다면 나는 기꺼이 천국과 생명과 자손을 박탈당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중 이 말을 들려주고 싶은 대통령이 많다는 것은 참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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