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길목에서

남상희 | 기사입력 2018/09/27 [08:00]

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길목에서

남상희 | 입력 : 2018/09/27 [08:00]

▲ 남상희 시인     ©

끝날 것 갖지 않았던 지루하게 무덥고 습했던 여름날도 세월을 이겨내지는 못하는가 보다. 제아무리 장사라도 말이다. 폭염의 연속에 힘들어 했었던 그런 날들이 언제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그날의 흔적들이 먼 옛이야기처럼 아득하다.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쌀쌀하게 느껴 질 때마다 자꾸 생각이 난다. 지루했던 여름날의 열기들이. 들녘은 조금씩 황금으로 물들어가고 추수의 계절로 접어 들었다. 텃밭에 심어 놓은 갖가지 곡식들이 제철을 만났다. 그 여름날의 불볕더위도 이겨내고 오랜 가뭄에도 굴하지 않고 이제 제 모습으로 성장을 다하고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추수의 계절은 사박자가 맞아야 나름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이른 봄부터 씨앗하나하나를 정성껏 심는 일이 첫 번째 박자가 아닌가 싶다. 그저 심어 놓는다고 다 되는 일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 싹이 나와야 두 번째 박자를 맞출 수 있다.그러기 위해선 그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씨앗을 살피는 일이다. 세 번째 박자를 위해서 그 싹이 제대로 성장해서 씨앗을 맺을 수 있도록 가꾸는 일이다. 기후와 적당한 영양도 공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사랑이란 농부의 정성도 한몫을 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다 맞아야 마지막 네 박자를 맞추게 된다. 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길목에서 황금열매를 수확할 수 있기까지 씨앗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바쳐야만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적절한 영양분도 수시로 공급해 줘야 하는 일도 만만찮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수확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가을날엔 농부의 피와 땀의 결실을 거둬들이는 또 하나의 임무가 분명하다.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면서 함께 농부의 마음도 타들어 간다는 것에도 공감이 간다. 그렇게 지루한 가뭄과 타들어가는 더위 속에서도 인내하며 밤새워 물을 퍼 날라 목마름을 가시게 해준 덕분에 이 가을날 수확의 기쁨을 만끽 할 수 있다. 튼실하게 알이 꽉 차서 지난해 맛보지 못했던 땅콩은 겨울 내내 간식으로 또 한 번 맛으로 기쁨을 줄 테고, 달고 폭신한 황금 고구마도 온가족에게 인기를 더할 것이 분명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대추는 추운 날에 차 한 잔으로 달여 마실 수 있어 좋고, 건강기호 식품 견과류에 한몫을 할 호두도 나름 수확의 기쁨에 일조를 해줄 거라 믿는다. 점점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계절 가을날의 추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마지막까지 수줍게 익어가는 고추도 여름 내내 병해 없이 잘 견뎌내 준 덕분에 식탁위에 또 다른 입맛의 양념으로 한몫을 단단히 해줄 테니 고맙기만 하다. 사랑으로 손길을 주었던 만큼 그 사랑이 배가 되어 우리에게 풍성한 결실로 안겨줄 각종 농작물이 있어 이 또한 행복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매일이 행복한 날이다. 가을 속으로 난 길을 조금씩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힐링이 된다. 며칠 전 수확한 땅콩이랑 대추가 멍석위에서 따뜻한 가을 햇살에 적절하게 몸을 말리고 있다. 알알이 익은 한 알 한 알에 사랑의 맛이 고루 배여 있음이 분명하다. 오곡이 익어가는 가을날이 하루는 황금시간이다. 과수밭에 익어가는 사과 때깔이 햇살에 곱다. 들판엔 누렇게 익어가는 벼 이삭이 바람이 일 때 마다 파도처럼 그 모습이 너울너울 일렁이는 것이 보기 좋다. 가을 속으로 걸어가다 보면 보이는 것 모두가 그저 풍요롭고 넉넉하다. 저절로 마음도 넓어지는 것 같아서 이 가을에 모두가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날들의 연속 이였으면 더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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