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면역과민반응 4형 – 지연성 과민반응 증상인 나병

허억 | 기사입력 2019/01/01 [15:51]

부적절한 면역과민반응 4형 – 지연성 과민반응 증상인 나병

허억 | 입력 : 2019/01/01 [15:51]

▲ 허억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면역학교실)     ©

지난 칼럼 4회에 걸쳐 면역과민반응 1형인 IgE 매개 알러지, 면역과민반응 2형인 항체 매개 세포독성, 면역과민반응 3형인 면역복합체 과민반응인 혈청병, 면역과민반응 4형인 지연성 과민반응인 결핵에 대해 논했다. 이번에는 지연성 과민반응 질환 중 결핵과 더불어 대표적 질환인 나병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들 지연성 과민반응은 우리 몸의 경찰격인 T 림프구와 병원체와 체내 노폐물을 탐식하고 청소하는 대식세포들의 비정상적 변형에 의해 발병되어진다. 그리고 이들 질병들을 지연성 과민반응이라 하는 이유는 결핵균 혹은 나균을 접한 뒤 알러지처럼 반응시간이 분 단위가 아니고 주단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반응은 대식세포가 파괴할 수 없는 원인균인 결핵균 또는 나균이 지속적으로 대식세포 또는 유상피세포 내에서 살해되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면서 T 림프구를 미치도록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나균에 의해 발병된 제3종 법정 전염병인 나병에 있어 면역학적 기전은 다음과 같다. 지연성 면역반응 기전에 의해서 형성된 좁쌀 크기이거나 이보다 큰 육아종에는 대식세포가 변형된 비정상적 세포인 유상피세포와 거대세포가 많이 모여 있다. 이들 세포들이 많이 있는 육아종의 중심부는 미친 듯이 활성화된 T 림프구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들 T 림프구들은 정상적인 대식세포를 유상피세포와 거대세포로 변형하게 한다. 이 병리학적 변화는 대식세포가 나균을 효과적으로 박멸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유상피세포 또는 거대세포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식세포의 병리학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실질적인 주인공은 미친 듯이 끊임없이 활성화 된 T 림프구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을 되새겨 보게 되며 “면역에서는 다다익선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면역활성화는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병원체를 빨리 퇴치한 후 면역 활성이 사라져야지 끊임없이 활성화 된 T 림프구처럼 지속적인 면역 활성화는 나병과 같은 병을 초래한다. 쉬운 예로 전쟁이 없는 평화가 최고이지만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강력한 무기로 속전속결하는 것이 민간인들을 비롯한 많은 피해를 줄이는 것처럼 면역도 속전속결이 최고의 전술이지 지루한 면역반응은 질환이 된다.

 

나병은 6세기경에 처음 발견된 병이며,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2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연간 1만 명당 1건 미만으로 발생하는 보기 드문 질환이다. 나균이 피부, 말초신경계, 상기도의 점막을 침범하여 조직을 육아종으로 변형시킨다. 나병을 학술분야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한센병이라 하는데 한센병이라는 명칭은 노르웨이 의사 한센에 의해 나환자의 육아종 결절에서 나균이 처음 발견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나균 감염은 가족 내의 장기간의 긴밀한 접촉으로 인해 극소수(250만 명 중 1 명 정도)가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상기도나 상처가 있는 피부를 통해 나균이 침입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센병 치료는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함께 쓰는 병합 화학요법이 사용되는데 항생제로는 주로 댑손 등이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계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지의 무감각 즉 촉감, 통각, 온도감각, 진동감각 등이 없어지고 근육의 병적인 증상이 발생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에 감각이 소실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외상을 입고 이로 인해 이차 감염이 발생하면 손가락과 발가락의 말단 부위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코점막에 나균이 침범하면 코막힘 증상이 나타나고 코연골의 만성적 염증으로 인해 연골이 변형되어 안장코가 되기도 한다. 눈에 나균이 침범되면 안구가 돌출되거나 눈이 감기지 않게 되고 백내장, 녹내장 등이 발생하여 실명할 수도 있다. 나균이 고환염을 일으킬 경우 무정자증이 되어 불임이 될 수도 있다.

 

나병에 대한 야사 중 하나가 조선의 제7대 임금 세조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애 후반 그는 악몽과 피부질환에 시달림 당했으며 피부에 고름이 생기다가 나병으로 이어져 결국 완치하지 못하고 나병으로 52세에 승하하였다. 전설에 의하면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의 원혼이 세조의 꿈에 나타나 내 아들을 죽인 원수라며 침을 뱉은 이후로 병증이 심해졌다 한다. 1453년 늦가을에 계유정난을 일으켜 김종서를 비롯한 많은 조정 중신들을 제거 또는 귀양을 보내고 제거된 조정 중신들의 처첩과 자녀들을 노비로 전락시켰다. 결국 조카인 단종을 제거하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가 강심장이었는지는 몰라도 많은 원혼들이 매일 밤 꿈에 나타나 악몽에 시달리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매일 밤 악몽으로 인한 불면증과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급격히 나빴으리라 사료되며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붕괴되었으리라 짐작된다. 근심걱정을 최소화하며 화목하게 오순도순 평범하게 사는 소시민의 건강하고 소박한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세조의 불행한 말년을 보면서 절실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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