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개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1/07 [08:42]

벼개

박상옥 | 입력 : 2019/01/07 [08:42]

[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대표 시 50편

 

 

벼개

 

              권태응

 

벼개는

아기의 애기.

 

팔을 비켜 토닥토닥

잠을 재우고.

 

벼개는

아기의 애기.

 

등에 업어 둥기둥기

잠을 재우고.

 

- 권태응 전집 『우리시골』에는 p147쪽 「아기의 애기」란 제목으로 실려 있음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팔을 베개 하여 잠을 재우는 것은 엄마인데, 아기는 벼개의 엄마가 되어 벼개를 재워줍니다. 엄마처럼 토닥토닥 자장가를 불러주고 엄마처럼 띠를 둘러 벼개를 업어줍니다. 권태응 선생 작품 속에서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을 만나면 어린 시절 겪은 일이 대부분이라 반갑고 즐겁습니다.

 

8남매나 되는 형제 속에서 자랐으니, 저야말로 언니 동생들과 ‘시’에서처럼 엄마놀이를 하며 밑에 동생을 업어주고 안아주고 엄마대신 재줘 주면서 자랐습니다. 성장과정에서 이뤄지는 자연적인 이런 놀이도 요즘은 아기를 업어주는 것은 다리가 벌어지니 안 된다 하고, 많이 낳지를 않으니 업어 줄 동생도 재워 줄 언니도 없어지고, 대개 인형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서 구태여 벼개를 토닥일 필요조차 없습니다. 혹여 인형이 있다손 치더라도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TV를 보느라 아니면 유치원이나 학원을 가느라 인형을 재우는 여유 있는 놀이는 하지 않습니다.

 

배게는 참 좋았습니다. 업다가 떨어뜨리거나 흘러내려도 다칠 걱정 없었으니 업는 연습을 하기에는 적격이었습니다. 언니 동생과 벼개를 던지며 투닥거리다 ‘좁쌀이 쪼르르르르… 팥알이 와르르르르…’ 쏟아지기도 하였습니다. 윗방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서기보단, 터진 자리를 직접 꿰매는 벌로 바느질을 익히기도 하였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형이나 누나의 냄새가 배어있는 벼개를 업어주고 재워주었습니다. 인형은 싫증나면 버리지만 몸에 익어 편안해진 벼개는 함부로 버리지도 바꾸지도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시간무늬 인 풍경을 기록한 문학작품은 오늘도 우리네 삶을 보다 좋은 풍요한 감성으로 이끌어줍니다. 어제와 오늘은 끝없이 반복되고 사물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한 시간은 단순한 개념에 불과하지만, 지금으로부터 다시 100년 뒤엔 어떤 동시가 이 시대 시간무늬를 보여주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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