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을 완독하다

신옥주 | 기사입력 2019/01/15 [13:07]

단테의 신곡을 완독하다

신옥주 | 입력 : 2019/01/15 [13:07]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한국인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설문조사하면 늘 세 번째 안에 들어있는 나라가 이탈리아이다. 나도 역시 한국인의 보통 상식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이탈리아의 로마나 피렌체 여행을 꿈꾸었다. 막연히 꿈만 꾸었지 이탈리아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모르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예전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읽다가 포기했던 전력이 있어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 목표로 단테의 「신곡」을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혼자는 끝까지 읽지 못할 것 같아 독서모임에서 토론하면 좋겠다며 사심을 가득 넣어 신년 첫 책으로 추천했다. 역시 우리 독서회원들이 최고다. 회원 전체가 책을 읽었을 뿐 아니라 다른 버전의 책을 더 읽거나 더러는 두 출판사의 책을 직접 사서 읽었다. 대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할 책 목록에 항상 들어가지만 완독한 학생은 드물다는 그런 책을 사오십대로 구성된 회원들이 모두 다 빠짐없이 읽은 것이다.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는 한 번에 다 읽기 힘들다고 여겨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나누어 삼 주에 걸쳐 읽고 토론했다. 철학 전문가가 아닌지라 다들 중구난방을 얘기하거나 중간중간 막히는 부분이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올해는 다들 완독한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우리는 단테의 「신곡」을 산문체로 된 책과 소설 형식의 두 버전을 읽었는데 인문학 선생님께서 원본과 가까운 것이 좋다고 하여 서사시 형식으로 나온 버전까지 읽었다. 워낙 어려운 책이라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주석이 달린 책이 많다. 처음 읽는 사람은 주석은 읽지 말고 내용을 파악한 후 두 번째 읽을 때 주석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친절하게 달아놓았지만 주석을 읽다 보니 오히려 독서의 흐름을 무척 방해한다.

 

단테는 1265년 이탈리아의 중부의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단테가 9살이 되었을 때 동갑내기 베아트리체를 처음으로 멀리서 보고 애정을 느끼며, 길에서 두 번째 보았는데 이후 베아트리체가 젊은 나이에 사망한 후에도 단테는 베아트리체에게 사랑을 쏟는다. 단순히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를 찬미하며 그녀를 위한 책을 많이 썼는데 신곡에서는 그녀가 천사보다 더 훌륭한 인물로 등장한다. 죽은 뒤에 이 정도로 찬미하는 사람이 있다면 젊은 나이에 죽었어도 그다지 억울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에 대한 열망과 정치적 실패로 인한 망명 생활을 고스란히 「신곡」에 담았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단테가 여행을 시작한 것은 35세 때이다. 그의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때가 그의 인생의 절반에 해당되는 나이라고 하니 참으로 애달픈 시기이다. 동양으로 따지자면 청운의 뜻을 펼칠 나이이건만, 그는 정치적 망명생활을 하다가 끝내 그의 고향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는다. 꿈속을 헤매는 단테에게 고대 로마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쓴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서 자신이 인도하는 영적인 여행을 함께 떠나기를 권한다. 그 여행은 1300년, 수난의 금요일에 시작되어 부활절을 지난 목요일, 즉 일주일간의 여정을 끝으로 단테는 낙원에 도착하게 된다. 그 사이에 수많은 역사적인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교황들과 왕들, 여러 제후들과 예술가, 숱한 범죄자, 은행가, 온갖 추문의 주인공들과 자신의 친척, 어릴 적 친구들, 심지어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을 만난다.

 

단테가 지옥문 입구에서 발견한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라는 문장은 공포영화나 악마가 등장하는 수많은 작품에서 보았는데 「신곡」에서 인용된 문구인지 처음 알았다. 독서 회원들은 예수를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림보에 머무는 영혼들에 대해 가장 많이 의문을 표하고 모순된다며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죄를 지은 자들이 지옥이나 연옥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모든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며, 성인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에 절망을 느끼기도 했다. 이 책이 기독교적 생활을 얘기한다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터부시 할 내용은 결코 아니다. 모든 종교가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내세에 행복하며, 악한 일을 하다 죽은 자들은 벌을 받는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면 거부감도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죄를 짓지 않고 살기는 어렵지만,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라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삶이라는 것은 정말 하늘에서 내린 축복인데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소홀하게 여기며 생활하는지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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