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야 팽이야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2/12 [09:18]

팽이야 팽이야

박상옥 | 입력 : 2019/02/12 [09:18]

[특집] 탄생 100주년 기념 권태응 대표 동시 50선(25)

 

 

팽이야 팽이야

 

                          권태응

 

팽이야 팽이야

너대루 뺑뺑 돌아봐아라.

안 돼요 안 돼요

나를 막 때려주세요.

 

썰매야 썰매야

너대루 식식 달아나봐아라.

안 돼요 안 돼요

나를 막 밀어주세요.

 

연아 연아

너대루 둥둥 떠봐아라.

안 돼요 안 돼요

나를 막 띄워주세요. <권태응 전집에서 발췌>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겨울철을 대표하는 세 가지 민속놀이가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후포리 우리 집 뒷동산에는 정월 초와 대보름사이에 마을의 젊은이들이 모여 연날리기를 하곤 했다. 연날리기는 한 해의 복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아주었는데, 연에다 액(厄)자나 송액영복(送厄迎福) 한자를 써서 날렸다. 연이 아주 높이 날아서 까만 점처럼 보이면 연실을 다 풀고 연실을 끊어 버렸는데, 어린 나는 그 연들이 어디까지 날아가서 어찌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왠지 마음이 아릿하여 밤잠을 설치곤 했다. 추운 줄도 모르고 오빠들 곁에서 연날리기를 한 기억만으로도 마음 따뜻해지는 정초다.

 

혼자서도 탈 수 있지만 가속을 위한 출발이나 재미를 위해서 밀어주는 썰매놀이는 썰매 위에 앉은 친구가 방향을 잡아주고 서 있는 친구가 뒤에서 밀어줌으로서 즐거움이 배가 되는 놀이다. 한 바퀴 두 바퀴 서로 밀어주는 동작을 바꿔 가면서 추운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논배미썰매놀이는 동무사이를 친밀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느 해는 칼날 대신 굵은 철사를 길게 박고 기다란 송판을 얹은 썰매가 생겼다. 올망졸망한 동무 셋은 썰매위에 타고 앞뒤로 두 명은 밀고 당기던 썰매놀이도 어느새 아득히 멀다. 가슴 속 기억을 더듬어 봄이 오고 있다.

 

아버님은 한 뼘 남짓 소나무를 원뿔모양으로 깎되, 한쪽은 평평하고 한쪽 은 뾰족하게 깎아서 끝부분에 못을 박아 팽이를 만드셨다. 자상한 성품은 아니더라도 솜씨 좋으신 아버님 덕분에 집안엔 늘 윤이 반짝이는 팽이가 있었고 썰매가 있었다. 쓰러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회전하며 매를 맞아야 하는 팽이는 인간존재 직립을 완성하는 상징놀이다. 네다리 무릎으로 기어 다니던 아기가 끊임없이 넘어지면서도 끊임없이 홀로서기를 포기하지 않는 본능적 첫발 떼기야말로 팽이놀이의 데자뷰가 되는 것이다. 오늘도 지구는 돌고 있다. 사람들이 돌고 있다. 나를 걷게 하는 자, 오직 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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