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와 칠드런

신옥주 | 기사입력 2019/02/26 [10:11]

차일드와 칠드런

신옥주 | 입력 : 2019/02/26 [10:11]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는 중력 삐에로라는 소설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이름 앞에 항상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가이며, 주목받는 신진 작가라고 한다.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은은한 분홍색의 표지를 보고 문득 봄이구나 하며 들었는데 마침 그 작가의 책이라 읽었다. 단편 다섯 개가 묶여 나온 책이지만 각각의 단편이 모두 연결되는 연작소설이다. 표지에 ‘칠드런은 가능한 한 여러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라는 띠지가 있는데, 책을 읽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게 되었다. 작가 본인은 단편집인 척하는 장편소설이라 하였는데, 다섯 개의 단편 모두 배경이 다르고 시기도 다르지만 결국 한 사람의 인생관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아마 이사카 고타로의 많은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독자에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주인공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너는 굉장히 특이해라거나 엄마는 신옥주라는 인종의 사람이야 라는 평판을 들으며 살아서 내가 일반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토론할 때도 주인공 오베를 읽으면서 나를 떠올린 사람이 여럿이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에 접근해서 사람들이 기발해한다거나 명쾌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타입이 아닌 나는 어찌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가 늘 숙제였는데 이 책의 주인공 진나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어서 너무 좋았다. 진나이는 종종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거나 터무니없는 말을 꺼내 상대방을 쩔쩔매게 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표본인 듯 행동한다. 함께 다니는 친구는 부끄러운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진나이와 싸잡아서 평가당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진나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논리대로 행동한다. 그런 진나이가 어른이 되어 가정조사관이 되었다. 진나이는 “아이는 영어로 차일드지만, 복수형은 차일드가 아니라 칠드런이잖아.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말이지. 그러니까, 아이는 다 다른 꼴을 하고 있는 거라고” 하고 말한다. 혼자인 아이는 소심해서 아무 짓도 않지만 여럿이 모이면 나쁜 짓도 쉽게 저지르는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이런 논리로 아이들을 보는 진나이지만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 관찰하며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알아챈다. 진나이는 아이니까 어려서 뭘 모르겠지 하는 선입견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었다. 인간이니까 이래야하고 인간이니까 이러면 잘못된 것이지 아이니까 봐주고 성인이니까 선한 행동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진나이는 “소년을 만나는 데 심리학이니 사회학이니 아무 소용없어. 그놈들은 통계도 아니고, 수학이나 화학식도 아냐. 그렇잖아? 게다가 누구든 자신을 오리지널 인간이라고 생각해. 누구와 닮았다고 하면 싫어한다고. 나는 존 레논과 닮았다는 소리를 참질 못해. 그런데 조사관이 ‘아, 이놈은 이런 가정환경 패턴이로군.’, ‘이건 이전에 다뤘던 비행과 같은 케이스로군’, 그런 식으로 틀에 맞추면 누가 좋아하겠어. 발렌타인데이에 옆에 있는 놈하고 똑같은 초콜릿을 받는 거랑 똑같다고.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초콜릿을 받고 좋아라고 펼쳐보았는데, 다른 놈들한테 돌린 거하고 똑같으면 어떻겠어. 그런 비극은 필요 없다고. 조사관은 담당하는 소년이 ‘다른 누구와도 닮지 않은, 세계에서 하나뿐인 놈’이라고 생각해야 해. 그렇게 마주하지 않으면 조사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야.” 마치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것 같다.

 

또한 진나이는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아이들을 갱생하는데 나라에서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욕하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애당초 어른이 폼 나면 아이도 폼이 나게 돼 있어.” 맞는 말이다. 어른인 우리가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비뚤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이 먼저 변해야 아이들이 변하는 것이다. 내 주변에 이런 어른이 있었으면 한다. 아니, 내가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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