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안의 치안과 질서유지 – 비루스병법은 손자병법보다 더 오래된 병법?

허억 | 기사입력 2019/03/19 [09:25]

우리 몸 안의 치안과 질서유지 – 비루스병법은 손자병법보다 더 오래된 병법?

허억 | 입력 : 2019/03/19 [09:25]

▲ 허억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면역학교실)     ©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병법처럼 우리 건강의 주적 중 하나인 비루스(virus)에 대해 알아야 몸 안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비루스가 광학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하찮은 미물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 비루스 역사상 최초의 천연두 비루스 환자는 기원전 1100년경에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이다. 이 사건은 기원전 500년경에 손무가 손자병법을 저술한 시대보다 훨씬 전의 비루스 전쟁사이다. 로마 왕 아우렐리우스, 프랑스 루이 15세, 청나라 왕 순치 등 동서양의 많은 왕들이 천연두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이 비루스는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 무서운 병원체였다.

 

전쟁사에서도 비루스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15세기경 스페인군의 중남미 아스텍 제국 정복을 도운 것도 천연두 비루스이다. 어려서부터 천연두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던 스페인 군인들과 달리,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이 없던 중남미 원주민들은 천연두 비루스에 의해 몇 주 만에 전 인구의 약 25%가 사망하였고, 덕분에 스페인군은 손쉽게 아스텍 제국을 정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옛 전쟁사가 말해주듯이 현대전에 있어서 반드시 대비해야할 화생방전 중에서 비루스나 세균을 이용한 생물학전 공격에 대한 대비책이 중요하다. 천연두 비루스는 1979년 이후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생물학전에 사용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은밀히 대량 인공 배양해 냉동보관하고 있다. 우리 군에서도 만일의 생물학전 공격에 대비해 여러 종류의 백신들을 확보비축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 천연두 백신도 포함되어 있다.

 

20세기 들어 교통의 발달로 국내외적으로 전염병이 퍼져 국내외 모든 사람이 걸리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초의 대재앙 전염병은 독감 비루스에 의한 독감으로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18년과 1919년 사이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이었다. 당시 전 세계 인구의 약 20%가 스페인 독감에 감염되었으며, 14세기경 전 유럽을 휩쓴 페스트 사망자보다 훨씬 더 많은 약 3천만 명이 사망하였다. 이로부터 40년 뒤인 1957년에는 아시아 독감으로 100만 명이, 그로부터 10년 뒤인 1968년에는 홍콩 독감으로 70만 명이 사망하는 재앙이 벌어졌다. 의학계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비루스가 10~40년의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 수많은 종류의 비루스가 있는데 이 중에서 매스컴을 통해 익히 들은 비루스 예를 든다면 수혈이나 성 접촉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며 면역결핍증을 유발하는 에이즈 비루스, 출혈과 고열을 동반하는 에볼라 비루스, 간염을 일으키는 간염 비루스, 코감기 증상을 유발하는 코로나 비루스, 구토 설사 증상을 유발하는 노로 비루스, 소아에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아데노 비루스 등이 있다.

 

비루스의 생활사를 잠시 들어다보면 비루스는 우리 몸 안에서 특수 게릴라전을 이용해 살아가며 비루스마다 침투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어 아무 조직이나 침투해 살아가지 못한다. 예를 들면 간염 비루스는 간에만 침투하고 간에서만 살아 갈 수 있어 다른 장기에 침투해서는 살아 갈 수가 없다. 비루스는 핵산만 가지고 침투해 적진인 우리 조직세포에 있는 재료들을 훔쳐 비루스 자신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들을 만들고 수많은 비루스를 번식하는 특수 게릴라전을 펼쳐 우리 몸에서 살아간다. 처음 침투한 세포가 비루스의 많은 번식으로 인해 비좁아 살기 힘들면 침투했던 세포를 파괴하고 뛰쳐나와 점조직처럼 주위 세포들에 침투해서 슬기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평소 우리 몸이 강한 면역력으로 무장되어 있으면 이들 비루스들은 쉽게 사살되지만 약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으면 질병으로 이어져 많은 고통을 격게 된다. 항비루스제는 인터페론과 비루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약들인데 대표적인 약이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이다. 이 약은 1996년에 미국 길리어드 제약사에서 재일동포 김 박사가 주도해 개발했으며 현재 스위스 로슈사가 세계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복용 시 쇼크, 구토, 설사, 환청 등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면역을 무서워하는 비루스들이 살아남기 위해 면역회피기전들을 사용하는데 이들 중 3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대부분 많은 비루스들이 독감 비루스처럼 외피를 변형하는 위장술로 면역을 회피한다. 2) 믹소마(myxoma) 비루스와 천연두(smallpox) 비루스는 면역 활성제인 인터페론-감마와 인터루킨-1 수용성 결합체를 각각 생산해 인터페론-감마와 인터루킨-1의 면역 활성을 억제해 면역을 회피한다. 이는 전쟁에서 적군진지를 아군진지로 헷갈리게 해 전투를 교란하는 전술과 비슷하다. 3) 헤르페스(herpes) 비루스와 엡스타인 바르(Epstein Barr) 비루스는 면역 활성제인 인터루킨-6과 인터루킨-10 유사물질을 각각 만들어 면역 활성을 억제해 면역을 회피한다. 이는 적군이 아군처럼 위장해 전투를 교란하는 전술과 비슷하다.

 

끝없는 변신의 위장술로 독감 비루스는 지구상에 살아남고 변신을 하지 않는 천연두 비루스는 1979년 이후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보드라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 자신의 끝없는 변신과 혁신만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하찮은 미물인 비루스도 별의별 전술을 동원해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며 노력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우리인간은 인생살이 굽이굽이마다 일어나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에 좌절하지 말고 매 순간마다 슬기롭게 극복해야 되지 않을까.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충주시 봉방동 직능단체, 버스승강장 일제 대청소 실시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안내 구독신청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