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무섬쟁이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3/27 [17:42]

아기는 무섬쟁이

박상옥 | 입력 : 2019/03/27 [17:42]

[특집] 탄생 100주년 기념 권태응 대표 동시 50선(31)

 

 

아기는 무섬쟁이

 

                       권태응

 

아기는 무섬쟁이 바보,

해만 꼴깍 넘어가고

깜깜해지면

문밖에를 한 발짝도

못 나갑니다.

 

아기는 겁쟁이 바보,

뜨락에서 강아지는

혼자자는데

아긴 끌세 마루에도

못 나갑니다.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시인

‘아기’란 말이 주는 이미지는 ‘새 일’ ‘새 출발’의 상징이며 세상의 아기는 ‘인류평화’의 상징입니다. 계절로는 ‘봄’의 상징이며, ‘가능성과 도전’의 상징이다. 감옥에서 얻는 병으로 인하여 요양하는 것과 작품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던 권태응 선생은 누구보다 희망과 꿈을 염원했으니. 권태응 전집에는 ‘아기’가 제목으로 들어간 것이 11편이며 내용 중에 아기나 애기란 단어가 쓰인 것이 122편이니 그가 남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기의 꿈과 희망을 통하여, 우리는 그가 그토록 원했던 평화로운 삶이나 의지를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아가야 울지 마라 시장 참어라. / 저녁 할 때 다 됐으니 엄마 오겠지. / 퉁퉁 불은 두 통 젖 갖고 오겠지. // 아가야 울지 마라 마중 나가자. / 개울 건너 들밥 이고 벌써 간 엄마, / 걸음 빨리 급한 맘 돌아오겠지. // 아가야 울지 마라 들어보아라. / 쓰로라미 노랫소리 맑고 곱구나. / 한참만 더 참으면 엄마 오겠지.”(p 104. 아가야 울지 마라. 전문)

 

“꼭 감은 두 눈가엔 / 눈물이 잴끔 / 갸웃이 벌린 입엔 / 아랫니 두 개 // 잘 자는 우리 아기 / 아이 어여뻐. // 조고만 바른손엔 / 장난감 쥔 채 / 고요히 소리 없이 // 잘 자는 우리 아기 / 아이 귀여워.” (p 129. 잘 자는 우리 아기 전문)

 

“천장에서 쥐들이 / 야단법석 // 아기가 냐옹 냐옹 / 괭이 흉내 // 겁이 나서 쥐들은 / 줄도망질 // 아기는 웃으면서 / 요놈 요놈” (p 160. 쥐와 아기 전문)

 

“아기는 아빠의 가방이 싫어요. / 가방만 들으면 밖에를 가니까 / 아침마다 아기는 가방 미워 // 아기는 아빠의 주머니가 좋아요 / 번번이 손을 넣으면 과자가 있지 / 저녁때면 아기는 아빠 마중” (p 271.아기와 아빠 전문)

 

“아기 잠을 소롯이 재워놓아야 / 엄마는 맘을 놓고 일하십니다. // 아무리 바쁘셔도 아기가 울 땐 / 엄마는 아무 일도 못하십니다.” (p 346. 아기잠 2)

 

“해만 꼴깍 넘어가고 / 깜깜해지면 / 문밖에를 한 발짝도 / 못 ” 나가던 아기가 자라서 오늘의 세상을 가꾸었습니다. “뜨락에서 강아지는 / 혼자 자는데 / 아긴 끌세 마루에도 / 못” 나가던 아기들이 자라서 이 거친 세상을 겁 없이 부대끼며 살아갑니다. 아기의 심리를 통하여 들여다보는 과거의 동시들은, 작가의 의도가 생략된 만큼, 한 편 한 편이 보다 큰 감동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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