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근자근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4/05 [09:31]

오근자근

박상옥 | 입력 : 2019/04/05 [09:31]

[특집] 탄생 100주년 기념 권태응 대표 동시 50선(32)

 

 

오근자근

 

                        권태응

 

꿀벌들은 통 속에서 오곤자근.

동무 동무 정다웁게 뫼온 양식,

서로서로 노나 먹곤 오곤자근.

 

생쥐들은 굴속에서 오곤자곤.

동무 동무 정다웁게 뫼온 곡식,

소곤소곤 노놔 먹곤 오곤자근.

 

아기들은 방 안에서 오곤자근.

동무 동무 정다웁게 얻은 밤톨,

화롯불에 묻어놓곤 오곤자근.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시인

‘오곤자근’은 ‘오근자근’과 같은 말이다. 어른끼리 ‘오근자근’ 정담을 주고받더라도 동심에서는 ‘오근자근’보다 ‘오곤자근’이 더 친하고 더 정답고 더 따뜻한 말이다. ‘동무’라는 단어도 그렇다.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이니 어떤 일을 수시로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으로서, 평생의 반려자, 사업파트너, 동기동창 등 무수한 사람들이 다 동무를 맺을 때 왠지, 친구보다 더 따습게 다가오는 동무이다. “꿀벌들은 통 속에서 오곤자근” 지내며, “생쥐들은 굴속에서 오곤자곤” 지내며, “아기들은 방 안에서 오곤자근 / 동무 동무 정다웁게 얻은 밤톨 / 화롯불에 묻어놓곤 오곤자근” 지내는 것이 동무다.

 

윗 동시에서 ‘노나’는 ‘노느다’의 준말로, ‘나누다’의 뜻이니, 동무끼리는 오곤자근 지내야하는 것이며, 무엇이건 나누어 먹으며 다정히 지내는 것이다.

 

권태응 선생은 어린이들과 힘없는 노약자와 힘없는 나라를 평생 사랑한 모습 그대로 그가 남긴 동시에선 수시로 그를 만난다 하여, 「권태응 전집」에는 ‘동무’가 제목으로 들어간 것이 9편이며 내용 중에 ‘동무’란 단어가 쓰인 것이 101편이니 그가 남긴 작품 속 동무들끼리가 어떻게 사는지 보자.

 

“아기들은 바람동무 / 밖에 나가 놉니다. // 볼때기가 샛빨개도 / 울지 않고 / 손이 꽁꽁 얼으면 호호 불고 // 깡충깡충 바람동무 / 아기들은 장사. // 아기들은 햇님 동무 / 밖에 나가 놉니다. // 콧물이 흐르면 / 씨쳐버리고 / 귀가 빳빳 얼면 싹싹 문 질고 // 영차영차 햇님 동무 / 아기들은 장사”(p 263 아기들은 장사 전문)

 

“할아버지 동무는 / 모두 노인 / 할아버지 비슷한 / 그런 노인 // 머리가 하얗고 / 주름 잽히고 / 모이시면 쉴 새 없이 / 담배 피시고.// 아버지 동무는 / 모두 어른 / 아버지 비슷한 / 그런 분들 // 언제든지 보면은 / 바쁘신 것 같고 / 이따금 밤 새워 / 술을 잡숫고, // 나의 나의 동무는 / 모두 내들 / 나와 같이 학교에 / 다니는 애들 // 무럭무럭 다 같이 / 자꾸 자라나가고 / 공일날에 모이면 / 노래하고 뛰놀고” (p 322. 할아버지 동무는. 전문)

 

40여년 만에 초등학교총동문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함박웃음으로 서로를 맞아주었고, 줄다리기, 훌라후프, 족구, 배구, 투호, 풍선 쌓기 등 청군이 이기 건 백군이 이기 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까마득히 잊혀 진줄 알았지만, 어우러진 옛 시간을 막걸리로 풀어놓고, 오근자근 머리를 맞대어 수다하며 깔깔댔으니 해후는 평안하고 행복한 기약. 우리 이렇게 살면서 오근자근 말벗이 되는 동무를 만나는 일을 얼마나 근사한지. 어린이동무들 끼리끼리, 할아버지 동무들 나란히 나란히, 학생들 또래끼리 오순도순(=오순도순), 아버지들 때때로 아옹다옹(=아웅다웅), 그래도 다시 어울렁 더울렁(=어우러져) 살아가다보면, 남과 북이 동무되어 오근자근 지내는 평화로운 소원이 이루어지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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