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4/10 [16:32]

산불

박상옥 | 입력 : 2019/04/10 [16:32]

[특집] 탄생 100주년 기념 권태응 대표 동시 50선(33)

 

 

산불

 

                      권태응

 

어제도 오늘도

먼 산에 연기

 

두멧골 산속에 불이 타누나

그 누가 산밭을 일구는 걸까?

 

농사철 봄 되면

먼 산에 연기

 

*씨붙임 밭뙈기 장만하려고

산사람 불들을 놓는 거라지.

 

 

*씨붙임 :파종. 논밭에 씨를 심는 일.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시인

“영진엄마가 불이야! 하고 소리 높여 뛰어 나왔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대야, 양동이, 함지박을 들고 나와선 우물가까지 길게 줄을 섰다. 뒷골 힘센 청년들이들이 달려들어 양동이두레박을 걸쳐놓고 물 길어 올리고, 펌프질을 하고,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물동이들이 불을 끄는 동안 남자아이들은 뭣도 모른 채 바가지를 들고 신이 났던가. “위험하다 근처 오지 말그라!” 소리치는 어른들 앞으로 어릿거리며 당연한 꾸지람을 들었던가. 행낭 끄트머리 잿간을 다 태우고 불이 잡힌 저녁, 엄마는 쟁반에 저녁밥을 챙겨서 영진네로 가셨다. 돌아오시어 “이웃들 음식쟁반이 많아 성찬이다”며 웃으셨다. 돌아보면 시골 살이 이웃은 평소 사이가 좋았던 안 좋았던 불이나면 온 동리가 운명공동체가 되어 도타운 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곤 했다.

 

속초에 불, 강풍에 실려서 순식간에 불길이 시내로 달려들었단 소식은 서너 개의 큰 불기둥이 강풍에 춤을 춘다고. 바람 방향 따라 도깨비불처럼 불이 날아다닌다고. 고성에서 시작한 산불소식에 나라전체가 놀라움과 근심으로 뒤숭숭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재앙임에 틀림없는 불이난 소식이다.

 

위의 동시에선 “어제도 오늘도 / 먼 산에 연기”는 두메산골에 누군가 야초와 잡목을 태워버리고 “씨붙임 밭뙤기 장만하려고” 일부러 불을 놓은 연기를 보고 쓴 시(詩)다. 예전엔 농사짓는 땅이 부족했으니 화전을 일구려고 여기 저기 그을린 산 빛을 흔하게 마주하던 어린 봄날을 나는 기억한다. 이젠 농사짓는 사람이 부족해 빈농이 많고, 어른들만이 지키는 농촌이라니, 화전을 일구는 일이 특별한 체험행사처럼 벌어지는 시대.

 

오늘 오후엔 직동에 불이 났다고 재난문자가 들어왔으니 충주시민들이 다 놀랬을 테다. 빠르게 재난문자가 일괄 통보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산불이 일어났을 시 대처법을 찾아본다. 바람이 불어가는 반대방향으로 대피하세요.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은 불길을 피하는 방법뿐만이 아니리라. 경기가 안 좋고 삶이 팍팍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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