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선생님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5/13 [08:18]

참새 선생님

박상옥 | 입력 : 2019/05/13 [08:18]

[특집] 탄생 100주년 기념 권태응 대표 동시 50선(36)

 

 

참새 선생님

 

                               권태응

 

*닭이장 위에서 참새 선생님

애기 버섯 새 버섯 모두 모여라

 

지붕 비탈 떨어질라 짹 짹

비 맞는다 우산 쓰자 짹 짹

볕 쪼인다 우산 접자 짹 짹

 

우산 없는 선생님이 짹 짹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닭의 장, 닭 장

 

 

▲ 박상옥 시인     ©

선생참새 한 마리가 고개를 들어 삐족 삐족 꽁지깃을 까닥거리며 짹짹거린다.

 

회갈색 배를 내보이며 운동장에서 모래 목욕을 하던 참새들, 선생참새 소리에 포르르 포르르 날아가고 포르르 포르르 날아온다. 더운 날 우물가에서 물을 바르며 목욕하는 참새소리. 교실에선 책 읽는 아이들 소리가 열어 놓은 유리창을 넘어 짹짹 짹짹 포르르 포르르 날아간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참새들 옹기종기 모여 네가 기니 내가 기니 키 재기 한다. 몇몇 참새는 문구점 방앗간을 향해 냅다 날아갔다가 냅다 날아온다. 종알종알 조잘거리느라 시작 종소리를 놓친 참새들 허둥지둥 교실을 향해 포르르 포르르 날아간다. 참새들 노랫소리 쫑알쫑알 송알송알 선생님의 귓속으로 들어간다. 선생님은 조잘조잘 짹짹이는 소리들이 간지러워 허리를 잡고 웃는다. 교실이 하하 호호 웃는다. 복도를 지나가던 교장선생님이 무슨 일인가 목을 길게 빼고 들여다보면, 교장선생님 귓속으로도 참새아이들 웃음소리가 들어가 그저 허허 허허 웃는다. 짹 짹 짹 짹 참새들 글 쪼는 소리와 노랫소리가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종일토록 하늘 구름을 탄다. 공부를 마친 참새들이 쏟아져 나와 집을 향해 포르르 포르르 날아갈 때, 선생참새가 주의를 준다.

 

“지붕 비탈 떨어질라 짹 짹 / 비 맞는다 우산 쓰자 짹 짹 / 볕 쪼인다 우산 접자 짹 짹 // 우산 없는 선생님이 짹 짹 ”

 

중국에선 한때 1967년까지 네 가지 해로운 것들, 쥐, 파리, 참새, 모기를 전멸시키는 운동을 펼쳤단다. 그렇게 잡아들인 참새들을 손수레에 실어 온 나라를 돌면서 사람들의 사기를 진작하는데 쓰기도 했는데. 참새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논밭에는 해충이 더욱 극성을 부려 흉작의 원인 중 하나가 되어버렸으니. 중국인들은 뒤 늦게 참새의 이로움을 알게 되었고, 이로써 참새는 ‘해로운 짐승’이라는 불명예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단다.

 

옛날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기가 좋아하는 버찌를 참새가 먹어치우는 것에 화가 나서 참새를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두어 해가 지나자 벚나무에 해충이 생겨 벚나무의 겨울눈뿐만 아니라 겨우 돋은 잎마저 몽땅 먹어치워 나무가 형편없게 되었고 버찌마저 수확할 수 없게 되었으니. 결국 참새의 역할을 새롭게 알게 된 대왕은 참새를 보호하게 되었단다.

 

전 세계 어느 도시나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참새는 우리에게 이로운 새인가 해로운 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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