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 허몽

신옥주 | 기사입력 2019/05/14 [09:20]

헛된 꿈, 허몽

신옥주 | 입력 : 2019/05/14 [09:20]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

지난 달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중 하나가 조현병 환자들이 저지른 사건이다. 마침 이와 내용이 비슷한 책을 읽고 있는 도중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작가 이청준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밀양을 볼 때도 뭔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법이 많이 다르다고 느끼며 보았는데 이번 작가의 책을 읽으며 더욱 의문점이 늘었다. 사회가 확장되면서 사건의 규모가 커지고 잔혹해지는 것에 대해 거리감이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도 문제가 많고,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피해자가 되어서야 느끼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개선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작은 목소리라도 내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책이다.

 

작가 야쿠마루 가쿠를 소개할 때면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절대강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소설가가 되면서 꾸준히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법과 경찰, 매스컴이라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그는 범죄가 전혀 없는 세계란 상상할 수가 없는데 그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도권에서 방치하는 것에 대한 글을 썼다. 그의 작품은 한 권 한 권이 다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을 다룬다. 특히 이번 작품 ‘허몽’은 요즘 급증하는 조현병을 다룬 작품이다. 정신분열증이란 단어가 조현병으로 바뀐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나 근래에 조현병이라는 말을 들으면 심장이 오그라든다. ‘허몽’의 사전적 뜻은 사실과 다른 꿈, 혹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을 꿈으로 꾸는 것이라 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주인공의 마음을 나타내는 제목이라 여겼다. 얼마나 실제로 일어나지 않길 바랬으면 이런 제목을 달았을까 싶다.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자가 공원에 나타나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칼로 찌르고 사람을 죽이는데 피해자중 한 명이 주인공의 세 살난 딸이다. 12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지만 범인은 정신분열을 진단받아 처벌받지 않고 풀려난다. 일본 형법 제39조에 따르면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제10조에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열두 명이나 되는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많은 가족들을 슬픔의 밑바닥으로 떨어뜨린 범인에게 사형을 내리기는커녕 교도소에 보내지도 못하고 죄도 묻지 못하고 재판마저 걸 수 없어 주인공이 분개한다. 범인의 이름외엔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았는데 범인이 4년만에 사회에 나온 것이다. 며칠 전 진주 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었다. 지난 해 임세원 교수가 조현병 환자에게 피살당한 사건이 있었다. 친누나를 무참히 살해하고 그 방에서 생활하던 범인도 있었다. 이제 이런 일들이 남의 나라일이 아니며, 남의 일도 아니게 된 것이다. 사람을 죽여도 어쩔 수 없는, 죄를 추궁할 수 없는 정신상태라는건 대체 뭐냐고 주인공이 한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며 환자 본인이 거부할 경우 환자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고 치료시설의 사설감옥화와 같이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 행정절차가 매우 힘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환자들을 가두자는 것이 아니다.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과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예방하지 못한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을 바로 보자는 것이다. 현재 환자의 가족과 공공은 인권을 넘어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무런 법 조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 인식이다. 이제 사회와 국가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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