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김영희 | 기사입력 2019/05/29 [14:57]

어머니

김영희 | 입력 : 2019/05/29 [14:57]

▲ 김영희 시인     ©

계절의 여왕 오월은 간다. 숱한 꽃향기를 뿌려놓고, 초록으로 물들며 오월이 간다.

 

가정의 달 오월이 되면 멀리 떨어진 가족이 더욱 생각난다. 올해 88세인 어머니의 생신도 오월이다. 음력으로는 3월이지만 양력으로는 오월이다. 그래서 생일이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이 되기도 한다. 어머니와 내생일은 3~4일 차이난다. 음력 생일은 매년 날짜가 옮겨 다녀서 재미있다. 그러다보니 어머니가 어린이 날 생신을 맞이하면 나는 어버이날이 생일이 될 때도 있다.

 

브라질에 사시는 어머니 생신을 맞이하며 시장을 걷는다. 한국에 부재중인 어머니 생신을 홀로 맞는 것이다. 시장을 둘러보며 어머니가 평소에 무슨 음식을 좋아했는지 생각해본다. 그러나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너무 무관심하게 살아온 것일까. 아직도 어머니 식성에 대해 나는 너무 모르고 산다. 어머니가 평생 채식으로만 살았기 때문일까.

 

그렇게 골몰히 어느 골목으로 접어들 때였다. 어디서 왔는지 하얀 나비가 날아다닌다. 나비는 앉을 데 없는 도시를 날고 있다. 날면서 봄볕에 몸을 데우고 있는 것일까. 그런 나비를 무심히 지나치려 하다가 따라가 본다. 나비는 나를 부르듯이 천천히 앞장선다. 나비를 따라 도시의 세 번째 골목을 벗어날 때였다. 골목 우측으로 돌아보니 나비가 중간지점에서 빠르게 날아오른다. 이제는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다. 나는 나비가 날아올라 사라진 곳까지 가본다. 어디로 갔을까 하고 둘러봐도 나비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나비는 날아가고 그곳에는 싱싱한 토마토를 파는 한 남자가 있다. ‘혹시 여기 날아온 하얀나비 보았나요’ 묻는다. 그가 대답대신 나를 바라본다. 나는 하얀 나비를 따라 왔는데 나비는 온데간데없고 토마토가 있네요. 그러자 그가 웃으며 말한다. ‘우리 엄마가 이리로 인도했나보네요’ 한다. 그런 그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진다.

 

나는 채식을 즐기는 어머니 생각을 하며 토마토를 한 봉지 샀다. 토마토를 들고 집으로 오다가 문득 미역국 생각이 났다. 내가 끓인 미역국이 맛있다고 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미역국에 참기름 한 방울 넣은 것뿐이었다. 나는 미역과 몇 가지 채소를 더 샀다.

 

어머니 생신 날 아침, 어머니 없는 조촐한 생신 상을 차린다. 그러나 이 시간, 브라질은 생신 전날 저녁이다. 카톡으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연결이 안 된다. 이렇게 어머니 목소리는 듣고 싶어도 마음대로 들을 수 없다. 가고 싶어도 가기 어려운 먼 나라다. 나는 홀로 어머니 생신 상을 차려놓고 손을 모은다.

 

‘엄마 고향에서 엄마 생신 상 올립니다. 멀리서 마음으로라도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시기만을 빕니다.’

 

어머니의 다사로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인자한 눈빛이 나를 바라보는 듯하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아도 어머니의 사랑의 온도는 변하지 않나보다. 평생을 자식들에게 거친 표현 한 번 없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정말 그곳이 좋아서 사시는 걸까. 한국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을 혹여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어머니 식성도 모르고 살아왔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어머니는 브라질서 여동생과 올케와 조카가 함께 산다. 그러나 앞으로 동생은 연세 드신 어머니를 두고 선교사가 되어 아프리카로 떠난다고 한다. 나는 그 소식에 눈앞이 캄캄해지는데 동생은 태평하다. 늦기 전에 동생에게 어머니 모시고 나오라고 설득해본다.

 

 

삶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던가. 살아서 떠나신 어머니 살아서 다시 돌아오시기만을 간절히 바래본다. 가기 어려운 나라보다 갈 수 없는 나라가 되기 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오고 싶다. 어머니가 오시면 같이 살고 싶다. 같이 살면서 어머니의 이야기 오래도록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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