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참새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5/30 [19:45]

제비와 참새

박상옥 | 입력 : 2019/05/30 [19:45]

[특집] 탄생 100주년 기념 권태응 대표 동시 50선(38)

 

 

제비와 참새

 

                            권태응

 

제비는 멀리서 온 동무

앞 처마 밑에다 집을 짓고,

 

벌레 잘 잡는다고 치잉찬.

빨랫줄에 즐거워 삐삐삐.

 

참새는 가까이서 온 동무

뒷지붕 밑에다 집 짓고,

 

곡식 잘 훔친다고 꾸우중

석류나무에 골이 나 짹짹짹.(1950.2.12.)

 

 

*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시인     ©

권태응이 보여준 동심은 대부분 주변의 일상과 동물들에 대한 노래이다. 제비나 참새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이니 이 계절 전원주택에선 방문턱만 나서면 만나는 새가 참새이며 제비인데, 두 종류의 새를 비교하는 동심의 분별력은 다음과 같이 명료하다.

 

“제비는 어디다가 집을 짓나? / 좋은 일 하니까 마음 탁 놓고 / 처마 밑에 멋지게 집을 짓고 // 참새는 어디다가 집을 짓나? / 나쁜 짓을 하니까 몰래 숨어서 / 뒤꼍에 지붕 속에 집을 짓지. // 제비는 어떠한 존 일을 하고 / 참새는 어떠한 나쁜 일 했나? // 제비는 나쁜 벌레는 잡아먹고 / 참새는 곡식 톨을 훔쳐 먹었지.”( 「제비집 참새집」 P 296. 전문)

 

“아침저녁 자꾸만 선선해가니 / 지붕 위에 빨랫줄에 옹기종기 / 제비들의 공론 / 지줄재줄 공론 / 머나먼 길 강남 갈 게 걱정이지요 // 어른 제빈 아는 길 염려 없지만 / 애들 제진 첫나들이 근심이지요. / 아픈 놈은 없느냐 / 식구들은 맞느냐 / 제비들은 오늘도 공론이지요 (p 238 「가을제비 2」).

 

권태응의 동심은 제비와 참새를 다양한 시선으로 보았다. 「새매와 참새」에선 ‘새매’를 쫒아버리고 참새가 우쭐대는 것을(p 338). 「돌아온 제비」에선 궁금해서 한마디만 묻고 싶어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함을(P 89). 「배고픈 참새」에선 ‘북데기’를 뒤져 조고만 창자 속을 채울 수 있냐며 참새 걱정을(p 286 ). 「스숙* 씨와 참새」에선, 주인이 방에만 박혀 있는 사이에 참새들이 용하게 알고 처마 밑에 매달린 스숙 씨를 먹는 것을(p 266 * 서숙으로 ‘조’의 방언), 「산골제비」에선, 몇 집 살지 않는 산골까지 찾아 온 제비를(p 392). 「수양골」에선 새들이 ‘언제부터 사람과 사는지에 대하여(p386). 「새보기」에선 들판에서 따악딱 채찍을 휘두르며 노래를 한다(p 222).

 

참새와 제비를 대상으로 한 10편의 동시들은, 해충을 잡아먹는 제비나 낟알을 쪼아 먹는 참새를 넘어서서 가족처럼 걱정도 한다. 이젠 제비 앉은 빨랫줄에 기저귀가 함께 널린 풍경 (p 39「빨랫줄에」)은 없지만, 벌레들이 왱왱 나는 산책길에서 현란한 날갯짓으로 벌레 잡는 제비나 참새 떼들 좀 더 반갑게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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