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님께

신옥주 | 기사입력 2019/08/05 [08:43]

신영복 선생님께

신옥주 | 입력 : 2019/08/05 [08:43]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

아마 선생님께서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하셨겠지만 독서모임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선생님의 책을 읽어 보았느냐고 물어봅니다. 더러는 읽어 본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하고자 함이요, 더러는 지니고 있으나 읽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전에 선생님의 ‘담론’을 읽고 힘들었기에 사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포기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며 추천해주기도 했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번 읽어보라고 권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읽는 것이지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서간문은 정약용 선생님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인데 이번에 순위가 바뀔 것 같습니다. 정약용 선생님의 편지는 주로 자식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조언을 하는 부모의 절절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고, 선생님의 편지는 부모님에 대한 안타까움과 형, 형수, 조카에 대한 사랑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게 해주는 글귀가 많아 참 좋았습니다. 사실 순위를 정한다는 것도 참 미련한 짓입니다. 둘 다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글귀들이 많고 어느 것 하나 버릴 글이 없거든요.

 

이 책은 제목이 좀 버겁습니다. 사색이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인데 요즘 깊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손은 벌써 휴대전화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사색과 성찰이란 강좌를 들을 때 제가 얼마나 잘못된 방법으로 사색하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사색을 고찰하고 사색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더구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니 조금 더 겁이 난다고나 할까요. 시작하면서 놀라움 반 어려움 반이었습니다. 첫 번째 편지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가 이미 저를 압도합니다. 겨울의 싸늘한 냉기 속에서 나는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봄을 기다린다~ 저는 언제쯤 이런 멋진 글귀를 스스로 떠올릴 수 있을까요? 또한 단어 하나 구절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게 쓰신 문장들은 국어사전과 옥편을 번갈아가며 찾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대하는 직업이라 그런지 청구회의 추억을 가장 편하게 보았습니다. 시대는 조금 차이가 나겠지만 제가 다닌 학교도 시골이었고 순박하고 순진했던 친구들이 떠오르는 그런 글입니다. 감옥이라는 장소는 제겐 무척 무서운 느낌이라서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 선입견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청구회에 대한 이야기는 선생님을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게 만들고, 심지어 동질감마저 살짝 들었습니다. 그제야 선입견에서 벗어나 선생님을 좀 더 알고 싶어졌으며, 가까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청구회의 추억은 선생님의 20대에 수강생들과 함께 서오릉으로 가던 야유회에서 벌어진 일화입니다. 지금이야 자가용으로 휙 도착할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도 정겹고 일행이 아닌 지나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도 우리 시절이 생각나게 합니다. 게다가 낯선 어른들을 경계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아이들의 반응을 탐색해 가며 전략을 짜는 모습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선생님은 가르치는 자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중점을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는 자에게 스스로 배움이 일어나게 만드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라 느꼈습니다. 아니 선생님은 그냥 쓰신 글인데 제가 마음대로 해석하네요.

 

도움이란 다른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이라는 글을 읽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지 혹시 처지가 나은 자가 베푸는 것이라고 자만하지 않는지 반성합니다. 감옥이란 곳에서도 끊임없이 자아를 확장시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신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특히 배움에 있어서도 지적 만족에 그치지 않고 지극히 제한적인 환경에서 깨달은 지식을 삶에 적용하고 성찰함으로써 죽은 지식에 머물지 않도록 매진한 선생께 이 편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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