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멋들 해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8/06 [10:56]

어른들은 멋들 해

박상옥 | 입력 : 2019/08/06 [10:56]

[특집] 탄생 100주년 기념 권태응 대표 동시 50선(47)

 

 

어른들은 멋들 해

 

                    권태응

 

어른들은 멋들 해

도무지도 갑갑

 

학용품 값이 싼

나라 못 세고

 

즐겁게 공부할

나라 못 세고

 

어른들은 멋들 해

도무지도 답답

 

살림 걱정 없어질

나라 못 세고

 

맘 놓고 일들 할

나라 못 세고.

 

 

*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시인     ©

100년 전 어른들은 도무지 무슨 일을 했을까요. 어른들도 나름 열심히 사셨는데, 앞서간 세대가 남긴 유산이 일제시대 이다보니, 어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셨는지 답답함을 토로한 동시입니다. 동시 속에는 ‘학용품 값이 싼 나라를 못 세워 주신, 즐겁게 공부할 나라를 못 세워 주신, 살림걱정 없는 나라를 못 세워 주신. 어른들을 향한 원망과 탄식이 묻어납니다.

 

“밥 얻으러 온 사람 / 가엾은 사람 / 다 같이 우리 동표 / 조선 사람 // 등에 업힌 그 아기 / 몹시 춥겠네 / 뜨신 국에 밥 한술 / 먹고 가시오”(p179. 밥 얻으러 온 사람) 어린이는 못 사는 나라의, 같은 동포에 대한 따스한 연민을 드러냅니다. “붕붕 비행기가 날러오누나 / 저기 저 속에는 누가 탔을까? 우렁차게도 달아를 나네 // 어서 빨리 자라서 나도 타야지 / 두 주먹 불끈 쥐고 바라보는 걸 / 비행기는 모른 체 산을 넘네”(P138. 비행기) 비록 못 사는 나라의 어린이일망정 희망은 하늘에 비행기 따라 날아오릅니다. 비행기에 누가 탔을까 생각하니, 비행기는 우렁차게 달아나서는 모른 체 산을 넘어갑니다. 아마도 일제의 비행기였을 테니까요. 걱정스럽습니다. 나라든 곳간이든 지키고 살게 마련인데, 캄캄한 밤엔 누가 어린이 마음을 지킬까요.

 

“지킵니다 마을 밤 / 딱 딱 순경꾼 // 지킵니다 집 안 밤 / 겅 겅 흰둥이 // 지킵니다 방 안 밤 / 척 척 벽시계”(p174. 밤) 캄캄한 시대를 건너가는 어린이는 지켜야 할 것을 늘 염려합니다.

 

권태응은 ‘어른들은 뭣들 하느냐’고 어린이 목소리로 자성합니다. 어른들이 잘해야지만 어린이가 걱정 없이 공부하고 나라가 튼튼할 거란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이웃나라와의 악연은 100년 후 지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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