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모작 - 어느 퇴직교수 A씨의 화장실청소

허억 | 기사입력 2019/08/26 [11:05]

인생 2모작 - 어느 퇴직교수 A씨의 화장실청소

허억 | 입력 : 2019/08/26 [11:05]

▲ 허억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면역학교실)     ©

면역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동안 접어두고 당분간 주위 사람들의 인생 2모작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로는 퇴직교수 A씨의 화장실청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지금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고 아침 5시 알람소리에 일어나 30분정도 몸을 풀고는 화장실 청소를 시작해 약 3시간 정도 한다. 3년 전 화장실 청소를 처음 시작할 때는 노동이었지만 지금은 기분 좋은 아침운동이라 한다. 화장실 청소한지도 벌써 3년여 세월이 흘렀으니 자동화 기계처럼 청소를 잘 해 나간다. 그래서 그는 자칭 화장실 자동화 청소기계라 한다. 화장실의 바닥, 좌변기, 소변기, 세면기 등이 그의 손길이 지나가면 반짝반짝 윤이 난다고 한다. 그의 건물공간에 대한 철학이 남들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공간을 쾌적하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퇴직 후 상가 공사시공자 겸 현장소장 역할을 하면서 여러 인부들을 데리고 직접 5층 상가를 직영으로 신축 후 증축했고 아주 튼튼하고 멋있게 잘 지었다고 지금도 자부하고 있다. 그가 대학 재직시절 오랜 세월동안 그의 부인은 다른 사모님들과는 달리 헬스니 수영이니 골프가 무언지 모르고 조그마한 가게에서 장사를 해 재산을 증식했고 은행융자 없이 상가를 짓는데 많은 금전적 도움을 주었다.

 

건축에는 골조가 제일 중요하기에 A씨 그는 제일 신망이 두터운 목공철근골조팀을 탐문해 선정했다고 한다. 다른 팀보다 비싼 견적이었지만 그는 지금도 그 팀을 선정한데 대해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있다. 그는 공사시공자 겸 현장소장이 되기 위해 10년여 세월동안 주말과 방학기간에 건물 신축장소에 가서 인부들에게 음료를 대접하면서 묻고 들으면서 현장 감각을 익혔다. 건물의 조건에는 기능과 미의 두 측면이 있는데 그는 건물의 기능면을 미보다 더 우선시 해 신축했다. 미적인 부분은 건축 후 얼마든지 재시공이 가능하지만 기능적 측면을 재시공하기란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는 신축에는 설계도면이 아주 중요하다고 여겼기에 신축 후 독서실 용도에 맞게 설계를 추진했다. 건물이란 질 좋은 자재를 사용해 설계도면과 똑 같이 건축하면 아무 하자가 없는 훌륭한 건물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남은 여생동안 이 건물에 살면서 인생 2모작을 해야 했기에 독서실 용도에 맞게 설계도면 수정을 여러 번 되풀이 한 끝에 3년여 만에 설계도면을 완성했다고 한다.

 

A씨가 화장실 청소 시 발생하는 빈 박스들을 건물 뒤편에 놓아두면 올해 나이 82세 할아버지가 가져가신다. 그는 시간적 여유가 좀 생기면 이 노인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 노인분의 이야기인 즉 18여 년 전 아들 내외가 치킨 가게를 한다고 해 평소 모아둔 돈을 아들에게 주어 가게를 개업하도록 했다고 한다. 개업 후 장사가 잘 되었는데 운이 없게도 개업 6개월 후 조류독감이 발병해 손님이 뚝 끊겨 오랫동안 적자를 보다 나중에는 알바까지 내보내고 아들내외 둘이서 버티다 결국 더 큰 적자만 보고 끝내 가게를 접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생긴 빚을 정리하기 위해 살던 집을 팔아 아들 빚 갚고 얼마 남은 돈으로 우리 내외가 월세 방을 구해 살았다고 한다. 몇 년 전 마누라가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지금 혼자 살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이 할아버지의 지금 주된 수입은 동주민센터에서 나오는 기초생계 급여금과 매일 줍는 폐지를 판 수입 약 5천 원이 전부라고 한다. 이를 두고 우리는 노년의 빈곤이라 부르고 있다. 이러한 노년 빈곤 현상이 그들만의 일이 아닌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미래의 노년 삶의 현상인 것 같다.

 

지금은 건강하니 그럭저럭 살고 있지만 아프면 큰 걱정이라고 그 노인은 말한다. 폐지 1kg에 40원 정도인데 그것도 비에 젖으면 25원도 받기 힘들다고 한다. 5천 원 벌려면 큰 리어카 가득 실은 분량의 폐지를 주워야 한다고 하니 얼마나 고달픈 삶인가. 하루 종일 고달픈 노동의 대가가 스타박스 커피 한잔 값이라니 이 얼마나 모순된 일이 아닌가 말이다. 지금은 폐지 줍는 것이 유일한 활동이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는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A씨 그는 이 슬픈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씁쓸한 뒷맛을 느끼며 그런 신세가 아닌 것에 대해 감사를 한다. 인생살이가 뜻대로 되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말이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살이인 것이니 항상 조심하고 미리 준비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A씨 그는 가난한 농촌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들의 희생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부모님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 그도 노년의 빈곤을 걱정하며 힘들게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부모님 덕분에 공부할 수 있었는데 정신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제대로 못 모신 불효를 했고 지금은 효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 죄스러움이 그지없다고 한다. 단지 하나의 위안은 부모님들이 다 극락/천당에 가셔서 잘 지내고 계시리라 믿고 있는 것이다. 그들처럼 선하고 착한 분들이 천당/극락 못 가면 누가 천당/극락에 가시겠는가? 라고 말을 한다. A씨의 모친 본인은 못 입고 못 먹으면서도 자식들 일이라면 모든 희생을 감내했었고 추우나 더우나 장독위에 정화수 떠 놓고 자식 위해 빌고 또 빌었다고 한다. A씨는 사후에 이승에서 못 다한 효도를 부모님을 만나면 꼭 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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