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9/03 [08:53]

본전

박상옥 | 입력 : 2019/09/03 [08:53]

 

본전

 

                   육명순(1955 ~ )

 

 

둘이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았다

본전은 했다

 

큰아들은 결혼해서 달랑 딸아이 하나

본전을 못 했다

 

작은 아들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사십이 되었어도 혼자다

본전은커녕 밑지고 있다

 

 

▲ 박상옥 시인     ©

삶의 총체적 본전을 생각하는 위의 시는 결혼하지 않는 요즘 세태를 반영합니다. 우리는 아무보람이 없어서 시작하지 아니한 것을 두고 ‘본전도 못 찾았다’라고 합니다. 기쁘기만 한 일을 하고도 본전을 못 찾으면 좌절하고 섭섭하기 마련인데, ‘고통의 바다’라는 이승에서 본전을 못했으니 저승으로 돌아갈 면목조차 없습니다. 젊어서는 잘 모르고 생각도 아니 합니다. 꽃도 씨앗을 맺고 곡식도 열매를 맺어, 10배 100배로 초과이익을 남기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 본전 못 찾고 밑지는 삶을 살고 가는 쓸쓸한 세태입니다.

 

시를 쓰신 분은 남편이 공직에 있으면서 도시에서 살다가 노은면 곧은터로 귀촌하셨는데, 지난해 「권태응 탄생100주년 감자꽃전국학생백일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백일장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감자꽃의 실물를 보여주려는 행사의 취지를 알고 배려하시어, 감자꽃 노래비 앞에 탐스러운 감자꽃 화분을 놓아주셨습니다. 평소 감자꽃을 보지 못한 학생들이 꽃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좋아 했으니 덕분에 흐뭇한 백일장이 펼쳐졌지요.

 

두 분만 사시는 집 안팎으로 잘 가꾼 정원이나 텃밭 가득한 야채와 곡식들을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많은 꽃들과 그 많은 곡식들 가꾸며 삶의 본질을 생각하셨을 테지요. 70을 바라보는 연세에 얼마나 섭섭했으면 저런 시를 지으셨나 싶습니다. 연습 없이 단 한번만 주어지는 생의 본전을 두고, 알곡처럼 넘치는 가을날의 본전을 생각합니다. 사방 이웃들이나 밑지는 인생들, 뿌리지도 못한 자식농사가 쓸쓸한 가을을 불러오진 말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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