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의 시간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9/12 [15:19]

문 밖의 시간

박상옥 | 입력 : 2019/09/12 [15:19]

 

문 밖의 시간

 

           김미옥(1964~ )

 

“영광굴비 특가세일”

새한마트 옆 골목에서 확성기가 소리치고 있다

 

비린내 풍기는 영광 어디쯤일까?

줄줄이 엮어서 상자에 매장된 죽음들이

길바닥에 진열되어 있다

사내는 죽은 바다를 펼쳐놓고 흥정하고 있다

“영광굴비 스무 마리 만원”

 

냉장차 안에는

어제 죽은 바다 오늘 죽은 바다

이제 막 숨을 거두는 바다와

아직도 할딱이는 바다들이 섞여 있다

죽음에도 신선도가 매겨지고 쉽게 밀봉되지 않는 이곳

비린내가 뒤척인다

저녁노을 속에서 죽은 바다들이 거래되고

죽음이 영광인 바다가 거래되고

 

 

▲ 박상옥 시인     ©

생명은 죽음을 잉태하고 존재합니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요. 죽음은 세계의 일부이고, 세계는 죽음의 일부입니다. 바다 역시도 수많은 생명을 품고 살아서 출렁거립니다. 사람은 살아있는 바다를 건져 올리지만, 막상 건져 올리는 것은 언제나 죽은 바다일 뿐입니다.

 

김미옥 시인은 냉장차에 실린 생선을 가리켜, ‘죽은 바다’로 읽습니다. 시인은 바다가 한 마리 생선으로 죽어서 사람의 몸으로 스미기 위해 거래되는 죽음의 가치를 묻고 있습니다. “숨이 차서 할딱거리던 바다, 어제 죽은 바다, 좀 전에 숨을 거둔 바다, 아직도 할딱이는 바다생선들”이 실린 냉장차를 읽습니다. 죽음에조차 신선도를 매길 때, 밀봉되지 않는 비린내를 읽어냅니다. “영광굴비 스무 마리 만원”에 줄줄이 엮어진, 바다의 거래가 결코 ‘영광스런 죽음’이 아닐 거라고 조용히 역설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했으니, 이번 추석명절은 음식을 풍성하게 준비하고 즐겁게 먹고 지내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입니다. 따라서 수많은 생명들, 수많은 죽음을 품고 즐겁게 먹고 마시기에 합당한 것인지... 무수한 죽음들이 건너와야 비로소 넉넉해지는 식탁에서, 죽음을 품고 존재하는 삶을 묵상합니다.

 

김미옥 시인이 운영하는 새한마트엔 왠지 싱싱한 것들이 많을 것만 같습니다. 경기가 안 좋다하니 시인의 동네마트로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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