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식탁에서 즐기는 지식의 만찬

신옥주 | 기사입력 2019/09/16 [09:40]

통섭의 식탁에서 즐기는 지식의 만찬

신옥주 | 입력 : 2019/09/16 [09:40]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고백하자면 저자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과학은 나에게 어려운 분야라며 매번 눈을 돌렸더니 아는 과학자도 별반 없고 과학에 대한 분야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만 읽었다. 독서 모임만 아니면 절대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도 숙제삼아 꾸역꾸역 읽은 것이 다였다. 그래서 올해 9월 과학자의 저서인 통섭의 식탁과 열 두 발자국 읽기는 넘어가고 다음부터 모임에 나갈까하며 게으름을 피우려고 했었다. 아마 아들이 과학에 관심이 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그리했을 것인데 어머니라는 위치가 심기일전하여 읽게 만들었다.

 

자칭 책벌(冊罰)이라고 하는 저자는 생태학자이며 의생학을 시작하면서 ‘통섭’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통섭'이란 단어의 한문 뜻은 큰 줄기(통: 統)를 잡다(섭: 攝)로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사용한 단어를 저자가 번역하여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널리 사용되는 단어이다. 편독은 좋지 않은 습관이며 한 우물만 파는 식의 공부를 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독서를 취미독서와 기획독서로 구분하면서, 예전에 취미 독서를 했다면 점점 시야를 넓히라고 한다. 저자는 독서를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었는데 술술 읽힐 리는 없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책 한 권을 뗐는데 도대체 뭘 읽었는지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기왕에 읽기 시작한 그 분야의 책을 두 권, 세 권 읽을 무렵이면 신기하게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서 독서를 일로 생각하고 하라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나도 종종 이런 식으로 책을 읽기 때문에 저자의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생물학과 관련된 책들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러나 생물학이라는 학문이 결코 혼자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며, 여러 인문학적 요소와 우리 사회의 모습이 숨어 있는 학문이라는 이야기를 큰 줄기로 펼치고 있다. 그리고 통섭의 식탁이기에 마치 요리를 하나하나 내어 주듯이 전체 목차도 셰프 추천 메뉴, 에피타이저, 메인요리, 디저트, 일품요리, 퓨전요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를 다 읽어도 좋고 어느 한 부분만 뽑아도 상관이 없다. 책 한 권을 소개할 때 본인이 읽을 때의 느낌과 해석을 주며 같이 읽으면 괜찮을 책들을 추천하고 있어 다른 과학 책보다는 편하게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토머스 모어의 말에 감동했다. “진정으로 다른 사람이 ‘다를’ 수 있도록 해준다면, ​스스로 ‘달라질’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두 다른 사람이 하나의 삶을 공유하는 문제에서 풍요로움은 다름에 달려 있다.” 우리가 살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는 나에게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우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간단한 사실조차 깨닫는데 수십 년의 세월을 소비했다. 일찍 깨달았으면 좀 더 편한 젊음을 보냈으려나 생각하지만 이제라도 다름을 인정하며 사는 편을 선택했다.

 

저자는 고령화 사회로 변하면서 한 직장에서만 일하다 퇴직하는 평생 직업이 줄어들고 직업을 바꿀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멈추지 말고 혹은 한 분야를 전공했다고 안주하지 말며 더 열심히 공부하고 또 다른 직업을 찾고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통섭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저자가 소개한 많은 책 중에서 프랑스 동화 ‘마지막 거인’이 가장 가슴에 남는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을 파괴하며 가장 잔혹한 동물이며 가장 이기적인 종족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 마음 저 깊숙이 숨어버린 생명사랑을 다시 찾으러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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