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걸치기

박상옥 | 기사입력 2019/09/19 [18:03]

양다리 걸치기

박상옥 | 입력 : 2019/09/19 [18:03]

 

양다리 걸치기

 

정태준(1944~ )

 

어머니 방에 들어가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아내의 흉을 보기 시작한다

뭐가 어떻구

뭐가 어떻구

 

주방에 들어가

아내의 어깨를 은근히 주물러 주면서

어머니 흉을 보기 시작한다

뭐가 어떻구

뭐가 어떻구

 

흉을 보면 볼수록

어머니와 아내는

참 다정스런 고부간이 된다

 

내일 모레쯤

한 번 더 흉을 봐야겠다.

 

 

▲ 박상옥 시인     ©

유안진 시인이 ‘헌신과 희생을 고통 아닌 삶의 보람으로 여겨 즐겨 혼신을 다하는 여성이야말로 모든 생명을 있게 하고 키우고 고양시켜 주는 신성(神性)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집은 모든 어머님들과 모든 아내들에게 바치는 모든 자식들과 모든 남편들의 헌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라는 표사가 달린 시집입니다.

 

『어머니 그리고 아내』란 시집은 월북한 정호승(鄭昊昇, 본명 英澤, 1916년 충주 생) 시인을 아버지로 둔 까닭에 월복작가들의 작품이 해금되고서도(1988) 한참만에야 난생 처음 아버지의 『모밀꽃』 시집을 보며 울었다는 <추심>의 작곡가 정태준 시인이 『어머니 그리고 아내』를 향한 내밀한 심리가 담겼습니다. 한 많은 어머니 삶에 대한 연민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절절합니다.

 

초등학교를 일곱 군데나 전학 다닌 사연은, 한 때 반공을 국시로 삼은 정치역사로 인하여 끝끝내 기를 펴지 못한 애환 중 하나이며. <사직과 해직> <끝없는 길> <겨울밤> <업보> <무거운 길> <표정> <무덤> <가묘> … “어머니는 무쇠덩어리 // 늙어 몸이 가벼워질수록 /무거워만 진다 / 가출하고 싶다 / 가벼운 어미를 업고 달리고 싶다”( p.31 <홀어미>) 등등 제목에서조차 눈물이 읽힙니다.

 

시집 출간한지 20년이 되어가니, 응석이 늘어가는 어머니와 강짜가 늘어가는 아내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기>로 살던 시인도 당신 어머니 연세가 되었을 테지요. “선생님, 세상은 지금 남존여비(男尊女卑)를 끝내고 남녀평등(男女平等)을 출구로 삼아서, 몇몇 막무가내 여성들은 여존남비(女尊男卑)로 치닫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점점 양다리조차 힘들어지는 세상에 안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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