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 하우스

박상옥 | 기사입력 2020/02/05 [12:53]

세컨 하우스

박상옥 | 입력 : 2020/02/05 [12:53]

 

세컨 하우스

 

                                         / 이정자(1964~)

 

다음 생이 아니어도

이 생애 아담한 산자락 아래 오두막 한 칸 지어야지

가지도 심고 고추도 심고 매화나무도 심어야지

매화향기 그윽한 아침에는

쑥을 뜯어 쑥국을 끓여야지

심심한 날엔 기차를 타고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 지나

아우라지 뗏목이 출발하던 정선장엘 가야지

황기도 사고 메밀전병에 곤드레막걸리 한 잔 하고

사람들 속에 섞여 장구경을 해야지

꽃피는 계절이 오면

태백산 유일사 오솔길 따라

카메라를 챙겨 얼레지를 보러 갈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연륜의 향기를 더해가는 거라고,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밤에는

아다지오를 들으며 당신도 한때

상사화처럼 어긋난 사랑 하나 있어

사무친 그리움을 느껴보았냐고 물어봐야지

유독 별빛 반짝이는 저녁엔

당신이 좋아하는 시를 읊어 달라할까

눈빛이 흐려지고 기억력조차 희미해질 때

숲의 정기가 깃든 오두막에서

토끼새깽이 같은 손자손녀가 뛰노는 모습을

그 황홀한 생명의 숨결을

내 젊은 날의 모습인 듯 오래 오래 지켜봐야지

 

*이정자(1964~)

 충주출생, 충북대 불문과졸업 ‘능소화 감옥’으로 작품 활동.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본부, 충주문협부지부장 역임.

 시집 ‘능소화 감옥’, ‘아름다운 것은 길을 낸다’, ‘그윽’

 

 

▲ 박상옥 시인     ©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거리도 상가도 마트도 하루가 다르게 한산해지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겨를 없이 살아도, 건강을 잃고 목숨을 잃으면 아무소용 없음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건 / 연륜의 향기를 더해가는 거라고” 노래하고 싶을 테지요. “토끼새깽이 같은 손자손녀가 뛰노는 모습을 / 그 황홀한 생명의 숨결을 / 내 젊은 날의 모습인 듯 오래 오래 지켜”보고 싶을 테지요.

 

‘산다는 게 별건가요’ 말은 쉬워도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詩)처럼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삶의 소망을 촘촘히 수놓은 시(詩) 속에서, 사람이 추구하는 낮고 귀한 행복의 가치를 만납니다. ‘아담한 산자락 아래 오두막’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찾아 갈 일이 결코 없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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